[책속에 이런 일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물고기?
[책속에 이런 일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물고기?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6.16 0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계 큰 사건 '틱타알릭'..."우리 몸엔 물고기 있다"


[북데일리] ‘내 안의 물고기’(김영사. 2009). 책 제목에서 피어오른 호기심은 ’팔굽혀펴기를 하는 물고기‘란 대목에서 미소로 바뀌었다. 팔굽혀펴기 하는 물고기라... 기대와 설렘이 이는 까닭이다.

생물진화론은 지금까지 4억8000만 년 전에 지구에 척추동물인 물고기가 출현했으며 3억8000만 년 전 이 물고기가 지상으로 올라와 2억2000만 년 전에 공룡과 포유류로 진화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물’과 ‘뭍’을 잇는 ‘고리’가 없었다.

그런데 2006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3억8000만~3억7500만 년 전 물고기에서 육상 동물로의 진화를 보여주는 화석이 거의 제 형태로 발견된 것이다. 외신들은 “과학자들이 드디어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를 찾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바로 ‘틱타일릭’이었다. 과학계를 흔들어 놓은 이 특이한 물고기의 이력은 다음과 같다.

   

‘북극의 엘스미어 섬에서 2004년 발굴. 2006년 지어진 이름의 뜻은 이누이트 말로 ’커다란 민물고기‘다. 길이 1.25m~2.75m. 데본기 육기어류(살덩어리 같은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 물에서 사는 어류와 뭍에 사는 사지동물 사이의 전이단계)다. 아가미와 비늘이 있는 점은 물고기답지만, 목과 원시 형태의 팔이 있는 점은 사지동물이다.’

저자는 이 틱타일릭 화석을 통해 우리 몸을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물고기가 인간과 흡사한 동작을 하는 ‘팔굽혀펴기’가 그 한 예다. 이 ‘푸시업 물고기’에 대해 알려면 좀 더 과학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책에 따르면 푸시업을 가능하게 하는 손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19세기 위대한 해부학자 오언은 사람의 팔 골격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위팔에는 뼈가 한 개 있고, 팔뚝에는 뼈가 두 개 있으며, 손목에는 작은 뼈들이 아홉 개 뭉쳐있고, 거기서 가지들이 다섯 개 뻗어 나와 손가락을 이룬다는 것. 놀랍게도 이 패턴은 다른 다양한 동물의 골격과 같았다.

“생물들 사이의 차이점은 뼈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둥근 뼈나 손-발가락 개수 차이에 있다. 팔다리의 생김새와 하는 일은 극단적으로 다를지 몰라도 바탕에 깔린 청사진은 언제나동일하다” 59쪽.

그런데 이 패턴이 물고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완벽하게 알려준 사례가 바로 틱타알릭이다. 저자가 이 화석을 발견할 때의 상황은 책에 잘 나와 있다.

“드디어 오언의 패턴을 지닌 물고기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고기의 몸 가까운 쪽에 뼈가 한 개 있었다. 그 뼈에 다른 두 개가 붙어 있었고, 지느러미 가장자리 쪽으로는 가지 같은 뼈들이 여덟 개 뻗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손가락을 가진 물고기였다. (중략) 그 중 한 덩어리에서 물고기의 커다란 지느러미에 포함되는 작은 뼈 하나를 끄집어 냈다. 정육면체처럼 생긴 뼈 덩어리는 보통의 지느러미뼈와 다른 특징을 보였다. 그 뼈는 오싹할 정도로 사람의 손목뼈를 닮아 있었다.” 68~69쪽

흥미롭게도 틱타일릭은 관절의 표면이 너무 잘 보관되어 있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이 희한한 물고기가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마 이 대목을 읽는 독자들은 이 팔굽혀펴기란 동작이 얼마나 우아하고 신기한 동작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푸시업을 하기 위해선 가슴 근육과 팔꿈치 그리고 손목, 손바닥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사람의 팔다리 구조의 기원은 물고기의 지느러미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목을 안팎으로 구부려보자. 이런 동작을 할 때 우리는 틱타일릭 같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처음 등장했던 관절들을 사용하게 된다. 틱타알릭이 나타나기 전에는 이런 관절이 존재하지 않았다.” 73쪽

우리의 팔다리 구조는 알고보면 지느러미로부터 출발했다. 아울러 틱타일릭으로 인해 우리의 ‘팔굽혀펴기 역사’는 3억여 년을 훌쩍 뛰어 넘는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제목, ‘내 안의 물고기’를 설명해준다.

내 안의 물고기의 증거는 단지 팔다리뿐이 아니다. 즉, 인간의 몸 안엔 진화의 흔적이 스며있다.

“사람과 작은 벌레의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아가미궁이다. 궁 하나가 작은 연골봉 하나에 해당하는데 사람의 턱, 귀뼈, 후두의 일부를 이루는 연골처럼 활유어의 연골봉들은 아가미틈을 지지한다. 따라서 사람 머리의 본질은 벌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134쪽

“앞으로 타인의 눈을 들여다 볼 때는 낭만이아 창조의 신비, 영혼의 창 따위는 잊자. 미생물, 해파리, 벌레, 파리 등에서 유래한 분자, 유전자들, 조직들이 그 안에 있으니...“ 227쪽

저자 닐 슈빈은 겉으로 드러난 진화의 흔적으로 탈장과 딸꾹질을 들고 있다. 특히 탈장에 대한 설명은 흥미진진하다. ‘사람이 탈장을 일으키기 쉬운 까닭은 물고기의 몸을 주물러 포유류의 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사타구니 부위의 탈장은 그렇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간은 업그레이드된 물고기”라고 표현한다. 류시화는 “나는 내안에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노래했다. 이 책에 따르면 그것은 더 이상 ‘시’가 아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