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포토] "잊지 말아요." 한맺힌 역사의 여인들...세미 뮤지컬 ‘환향’
[WP포토] "잊지 말아요." 한맺힌 역사의 여인들...세미 뮤지컬 ‘환향’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6.0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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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자호란 당시 환향녀, 일본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 세월호 희생자들이 다 함께 '잊지 말아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고 있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잊지 말아요. 우리들의 아픔을, 우리들의 사랑을 절대로 잊지 말아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여인들의 간절한 노래다.

세미 뮤지컬 ‘환향(Coming Home)’이 8일(목) 프레스콜을 통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무대에 올랐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의순공주’로부터 시작된 ‘환향’의 역사. 이후 일제 강점기의 일본군 위안부, 미군 주둔기의 양공주, 세월호까지 우리 역사에서 반복되고 있는 아픔을 담았다.

▲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기 전 윤도령과 사랑을 키워 나가던 의순공주

여인들은 모두 집로 돌아가고 싶지만 국가의 방치 속에, 혹은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의 배척 속에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아무도 지켜주지 못한 그녀들의 슬픔이 사랑이라는 감정과 더해져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비극적이지만은 않다. 중간 중간 웃음을 가미해 블랙코미디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큐빅으로 둘러싸인 간결한 무대 위 공간은 온전히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진다. 4가지 상황극이 전개되면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동안 나머지 배우들은 무대 배경처럼 앉아 관객과 함께 극을 구경한다. 그들의 모습은 관객들과 똑같은, 혹은 역사 속에서 멍하니 구경만 해온 우리 모두, 방관자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극이 이어지는 동안 배우들은 무대 오른쪽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으로 의상을 갈아 입으며 각각의 극에 임한다. 이 또한 방관자였던 이들이 상황에 따라 변장을 하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 7년 만에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국가와 마을 주민들로부터 배척 당하는 의순공주

극은 흡사 남성중심사회의 힘없는 여성들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출자이자 공연에 함께 참여 한 유준식(극단허리 대표)은 “특정 의도는 없고 다만 역사를 재현했을 뿐”이라며 “여성은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국가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극단 ‘허리’는 분단에 대해 아파하며 27년 동안 그러한 주제로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이제까지 선보인 창작품들은 늘 반복되는 이야기였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그렇게 지겹고도 집요한 ‘반복’을 ‘환향’을 통해 또 다시 보여주게 된 것.

▲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기 전날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여학생 '민하'

그들은 이런 놀이를 그만 해도 될 때까지 열심히 할 것임을 말한다. 이는 많은 사람의 인식과 반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극을 관람한 이들은 많이 아프겠지만 공감과 치유 효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좀 더 더 많은 관객들이 함께해서 이와 같은 이야기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뮤지컬은 6월 9일(금)부터 18일(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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