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엔 물고기가 산다
우리 몸 안엔 물고기가 산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6.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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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타일릭의 가르침 "모든 생명체는 공통 조상"

[북데일리]  2004년 북위 80도에 위치한 캐나다의 엘스미어 섬에서 화석물고기가 발견된다. 2006년 학자들은 '틱타일릭'(Tiktaalik)으로 명명했다. 2009년. 올해는 찰스 다윈이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의 생일인 2월12일을 맞아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는 주요 과학자들을 상대로 설문을 벌여 진화론을 입증할 가장 중요한 화석 7개를 선정했다. 그 중 1위를 차지한 화석이 바로 틱타일릭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지구상에 발견된 수많은 화석 가운에 왜 틱타일릭을 1위로 선정했을까.

시카고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고생물학자인 닐 슈빈(Neil Shubin)이 저술한 신간 <내안의 물고기 (Your Inner Fish)>(김영사.2009년)에 보면 틱타일릭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틱타일릭은 데본기에 살았던 육기어류다. 육기어류는 살덩어리 같은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로, 물에서 사는 어류와 물에 적응한 사지동물 사이의 전이동물로 여겨진다. 틱타일릭은 언뜻 보기에도 정말 물고기와 사지동물의 중간단계다. 아가미와 비늘이 있는 점은 물고기답지만, 목과 원시 형태의 팔이 있는 점은 사지동물답다.”(9쪽)

본문 설명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틱타일릭은 물고기와 사지동물의 중간단계’라는 부분이다. 요컨대 현재 육지에서 살고 있는 동물은 원래 물에서 살았는데, 뭍으로 올라왔다. 화석의 증거에 의하면 어류로 보이는 유스테놉테론은 3억8000만 년 전에 살았고, 양서류로 보이는 아칸토스테가는 3억6500만 년 전의 동물이다.
그렇다면 두 시대 사이에 중간 단계의 화석이 발견된다면 진화의 진행방향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터인데, 그 화석은 발견된 바가 없다. 그런데 그 중간단계인 3억7500만 년 전에 살았던 틱타일릭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였다. 틱타일릭은 이누이트 에스키모 말로 ‘커다란 민물고기’란 뜻을 가지고 있다. 

“어류와 육상동물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물고기의 머리는 원통형이지만 초기 육상동물의 머리는 악어와 비슷해서 납작하고, 눈이 위에 붙어 있다.....틱타일릭은 물고기처럼 등에 비늘이 있고 물갈퀴가 달린 지느러미가 있다. 하지만 초기 육상동물처럼 머리가 납작하고 목을 지녔다. 또한 갈퀴막이 달린 지느러미 안을 들여다보면 위팔과 아래팔이 있고, 심지어 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가지고 있다.”(45쪽)

틱타일릭은 물고기이 특성과 육상동물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틱타일릭은 목을 가지고 있다. 틱타일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반드시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일릭은 머리가 어깨와 떨어져 있어서 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러한 목의 구조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그리고 우리 인간도 공유하는 특징이다. 다시 말해 해부학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틱타일릭의 목구조는 우리 인간의 몸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내안의 물고기>가 함축하고 있는 뜻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한 틱타일릭은 어깨, 팔꿈치, 손목이 있었다. 이는 사람의 위팔, 팔뚝, 손목과 동일한 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뼈의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관절구조를 점검한 결과 틱타일릭이 ‘팔굽혀 펴기’를 할 수 있었다. 틱타일릭은 물에서 살면서 왜 육지동물의 몸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틱타일릭이 살았던 데본기의 환경을 알아야만 한다.
데본기에는 물고기들은 거의 모두가 포식동물이었다. 이 시기의 어떤 물고기들은 길이가 4.9미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그렇다면 틱타일릭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즉 틱타일릭은 살아남기 위해 물 밖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했던 거다. 저자는 “인류와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연결 고리를 드러냈다.”(77쪽)고 틱타일릭 발견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과의 관련은 해부학적인 증거에서 뿐만 아니라 유전자 차원에서도 증명된다. 사람의 후각에 관련된 본문의 증거를 살펴보자. 
저자는 “사람의 후각 능력에는 한때 어류, 양서류, 포유류였던 인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91년 린다 벅과 리처드 액설이 후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량 발견하면서부터 였다.”(220쪽)고 말한다. 후각에 인간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말은 ‘후각 유전자’에 생명 역사의 주요한 국면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표현이다. 후각 유전자에는 물속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유전자와 공기 중의 냄새를 잡아내는 유전자 두 종류가 있다. 따라서 어류의 코 신경세포에는 물에서 작용하는 수용체들이, 포유류와 파충류에게는 공기에서 작용하는 수용체들이 분포해 있다.

칠성장어나 먹장어와 같은 무악어류는 고등어류나 포유류와 달리 ‘공기’유전자도 ‘물’유전자도 갖고 있지 않다. 대신에 두 종류를 혼합한 형태의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어류는 후각 유전자가 두 종류로 갈라지기 전에 등장한 생물인 셈이다. 무악어류는 냄새 유전자 수는 몇 되지 않는다. 후각 유전자 수는 진화를 거치면서 늘어난다. 포유류의 후각 유전자 개수는 1,000개 남짓이다. 그렇다면 후각 유전자들은 어디에서 왔는지가 의문이다. 유전자 구조에 그 대답이 들어있다.

포유류와 무악어류의 후각 유전자를 비교해보면, ‘추가’로 늘어난 유전자들은 모두 하나의 형태가 변형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무악어류의 유전자에 조금씩 변형이 가해지면서 복사된 형태들이었다. 이는 원시 종에 있던 소수의 유전자들이 여러 차례 복제됨으로써 포유류가 무수한 후각 유전자를 거느리게 되었다는 뜻이다.”(223) 사람은 후각 유전자가 1,000개가량 있다. 인간과 영장류는 후각 유전자 수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나 어류로 갈수록 유전자의 차이는 커진다. 요컨대 후각 유전자는 우리의 과거를 말없이 증언하는 목격자다. 우리 코에는 진정한 생명의 계통수가 숨어 있는 셈이다.

우리 몸은 해부학적으로 보았을 때나 유전자 차원에서 살펴보았을 때 과거에 지구에 존재했던 생물들과 많이 닮아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모든 생물은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틱타일릭은 물에서 살던 동물이 지상으로 올라온 확실한 증거를 보여준다. 틱타일릭은 팔이 있고, 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발굽혀펴기를 할 수 있었다.  당신의 몸을 보라. 당신의 골격에도 그리고 유전자에도 물고기가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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