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문학에서 리더십 찾는 지적 유희
[화제의 책] 문학에서 리더십 찾는 지적 유희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6.03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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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독특한 '퓨전수업'


[북데일리] 경영에서 혹은 과학에서, 심리학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책이 유행이다. 디지털미디어 용어로 말하면 일종의 컨버전스이며, 학문적으론 통섭이다. 문제의 근원을 다양한 학문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과정이 흥미롭다. 더 재미있는 점은 모든 문제의 지류가 결국 책이라는 본류로 통합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런 책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며 떠오른 생각이다. 일부 사람들이 보기엔 따분하고 어려울 문학에서 경영의 답을 찾는 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찾다>(세종서적. 2009)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문학을 통해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시장분석이나 사업전략 혹은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나머지도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의 의미를 여기에 두고 싶다.

책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문학작품에서 리더십의 해법을 구한다. 소설 속엔 다양한 주인공이 있고, 저마다 캐릭터란 갑옷을 입고 있다. 따라서 리더십의 유형과 최고선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문학을 읽어내고,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구체적인 경영 교육 차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문학을 잘 알고, 동시에 경영도 잘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책이 다루는 교재는 총 9권이다. 이중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쇼군의 사랑>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책이다.

연극으로 유명한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는 30년간 오로지 세일즈맨이라는 외길 인생을 걸어온 평범한 가장이다. 아들을 위해 비극적인 최후로 삶을 마감하는 모습은 눈물과 감동을 선사한다. 리더십 차원에서 그의 문제점은 ‘잘못된 꿈’이다. 윌리는 삶은 비록 고되지만 백만장자가 될 거라는 꿈을 안고 살았다. 바로 그 꿈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황폐하게 했다.

“그 꿈이 과연 자기의 리더십과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윌리의 비극은 바로 일과 삶에 관한 좋은 꿈이 모호한 명상이나 푸른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흰 구름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꿈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특히 리더가 너무 큰 꿈을 좇으면 직원이 피곤하다. 이건 CEO가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도 좋은 교훈이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선 이성적인 판단의 문제를 다룬다. 책에 따르면 리더는 건강한 성찰이란 짬을 내어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늘 병행해야 하는 습관이다. 또한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통해 리더가 가져야 할 윤리관의 모델을 파악할 수 있으며,  F.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쇼군의 사랑>에선 인내심과 용기, 의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기원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로버트 콜스 교수가 MBA를 맡기면서부터다. 콜스 교수의 특이한 이력은 작가였다는 점이다. 수업 시간에 그는 경영사례 대신 소설을 읽혔다.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찾다>의 저자 조셉 L. 바다라코 주니어는 “그 수업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그로부터 영감을 얻어 흥미로운 실험이 시작했다. 경영자들에게 단편소설을 읽어오라고 했던 것.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많은 사람이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프로이트의 잠재의식 등 난해한 학문적 해석과 연결하는데 반해, 경영자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친숙하게 대입할 수 있는 경영 사례라는 도구를 이용해 문학 작품을 해석했다. 특히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리더로서 자기 모습을 비춰봤다. 이 소설은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교재’이기도 한 조지프 콘래드의 ‘비밀 공유자’라는 단편소설이었다.

리더들은 말 그대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선봉이기 때문에 그 역할은 막중하다. 현명한 리더라면 책을 통해 현재 겪는 고뇌와 난관에 대한 영감을 얻을 것이다.

어렵게 핀 인문학 붐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더불어 인문의 소양이 제대로 완성 되려면 문학이란 메뉴가 당당히 식탁에 올라야 한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공유했으면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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