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39] "소가 풀 뜯으러 나갈 때 만나자"
[책읽기365-39] "소가 풀 뜯으러 나갈 때 만나자"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6.01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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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시간 개념...<시간의 심리학>의 즐거움

 

[북데일리] 냉장고, 비행기, 인터넷.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아마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이 것이다. '시간을 줄였다.' 우리는 주변 문명의 기기들이 시간 절약이란 측면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잊어버리고 산다. 정말 많은 시간과 여유를 선사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우리 삶은 늘 부족하고 쫓기는 걸까.

<시간의 심리학>(갤리온. 2009)는 시간과 인생을 다룬 책이다. 삶은 하루로 출발해서 하루로 끝나고, 그 하루가 모여 1년, 더 나아가 전 삶을 이룬다. 보통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수명 80년은 '초'라는 세포로 이뤄졌다. 우리는 무관심하고 살아가지만, 세포는 끊임없이 몸과 마음 그리고 뇌를 움직인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오히려 삶을 좌우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인식이다. 책은 한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지구촌 나라 중엔 '시계시간'과 '사건시간'이란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보통 시간관념을 가진 부류다. 반면 사건시계 문화권이 있다. 이들은 시간보다 사건 자체를 중요시한다. 중남미와 지중해 지역, 중동, 일부 아프리카다.

사건 시간 문화가 몸에 밴 사람들은 사전에 약속을 정하지 않고 행동을 한다. 이를테면 부룬디에선 약속을 이렇게 한다.

"소가 풀 뜯으러 나갈 때 만나자"

시계시간에 익숙한 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 소가 풀을 뜯으러 가는 때가 뭐야, 라는 실소가 나올 법하다. 약속이 딱 맞을 리 없다. 그러나 그 쪽에선 시간관념이 그러함으로, 몇 십 분이 됐든, 한 시간이 넘듯 별 상관없다.

책은 이 사례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로버트 레빈 교수가 쓴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 인용했다고 밝힌다. 한가지 더 재밌는 사례. 이 레빈 교수가 브라질에서 겪은 이야기다.

"첫 강의시간. 몇 몇 학생만이 제 시간에 강의실에 와 있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강의 시간 중에 하나둘씩 들어왔다. 미소로 인사를 지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의를 들었다. 슬그머니 들어온다든지 사과할 필요를 느낀다든지 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 34쪽.

시간은 이처럼 개인마다 국가마다 다르다. 그런데, 일정한 지역엔 일정한 시간관념이 있기 마련이다. 책에 따르면 국가 별 삶의 속도를 조사했더니, 예상을 뒤엎고 스위스(베른, 취리히)나 아일랜드(더블린), 독일(프랑크푸르트) 순서로 탑을 장식했다. 일본(도쿄)이 네 번째. 예상 외로 미국(뉴욕)은 16위, 한국(서울)은 18위였다. (나라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바로 시간에 대한 인식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 빈자 혹은 시간 부자(혹은 현자)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개인이 시간과 관계 맺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바로 이 점에서 시간에 대한 우리 사고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삶의 질은 시간 관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기존 근무시간 중심의 세상에서 벗어나라"고 당부한다. 우리가 "지금에 비해 시간 현자, 시간 부자, 혹은 둘 다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인간에 대한 폭넓은 고찰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탄탄한 이론과 사례위에서 이 점을 설득력 있게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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