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제주 해남(海男)' 전복 때문에 사라졌다?
[책속의 지식] '제주 해남(海男)' 전복 때문에 사라졌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5.30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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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지음 | 서해문집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주 해녀(海女)는 여자만 있었던 게 아니다. 해남(海男)도 있었다. 해남이 사라진 이유는 바로 전복 때문이라고.

예부터 제주 바다에서 생산되는 전복은 왕실과 고관들에게 진상(進上)했는데 전복을 채취하는 남자를 일컬어 포작인(浦作人)이라 했다.

그런데 전복 진상 요구가 빗발치자 수탈에 가까운 가혹한 공출 요구가 계속됐고 이를 견디지 못해 해남들은 제주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심각성은 17세기 초 김상헌이 쓴 <남사록>에도 기록됐다. 진상하는 전복의 수량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일반 관리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수탈 강도는 더 가혹했다. 포작인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도망가면서 익사하는 사람이 열에 일고여덟이 될 정도였다. 제주 여자들이 포작인들과 혼인을 피하는 현상도 생겼다.

이에 왕실은 더 가혹한 조치를 취했다. 200년간 제주 사람들에게 출도 금지령을 내려 울타리 없는 감옥에 가뒀다. 영조 때 쓰인 <잠녀설>에도 당시 전복을 제때 진상치 않으며 관아에서 매질을 당하는 것은 물론 어떤 경우에는 부모까지 고초를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억지를 쓰는 무개념 인간에게 ‘진상’이라 부르는 것도 바로 진상품 수탈의 폐단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맨몸으로 바닷속에서 전복을 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질을 가리켜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고 할 정도로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직업이다. 몸에 좋은 보양식 전복에 숨은 역사 이야기이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서해문집.2017)가 소개한 내용이다. 일부 정보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참고해 보태고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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