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포토] 헤이그 밀사 이위종 탄생 130주년 기념 뮤지컬〈밀사-숨겨진 뜻〉
[WP포토] 헤이그 밀사 이위종 탄생 130주년 기념 뮤지컬〈밀사-숨겨진 뜻〉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5.2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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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그에서 언론인들을 상대로 을사조약의 부당함에 대해 연설하는 이의종(사진=정미경 기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서울시 뮤지컬단(단장 김덕남)의 창작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9일 막을 올렸다.

극은 1905년 고종이 일본의 위협으로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그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네델란드 헤이그에 파견한 특사 이상설과 이준, 이위종의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 탄생 130주년을 맞이한 이위종을 주목한다. 그는 구한말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에 능통한 조선인이자 스무 살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상설이나 이준 열사와 비교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장은 국악 느낌의 클래식과 함께 엘리자베타(이위종의 부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신의 나라는 드디어 독립을 했어. 그런데 당신의 나라가 둘로 갈렸어. 한동안 전쟁을 했어. 전쟁은 멈췄어. 나라의 한가운데 선이 그어졌고. 그리고 두 나라는 지금까지도 계속...”(공연중에서)

2장은 1895년 을미년에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당하는 장면이 빠른 음악과 군무로 급박하게 진행된다. 극 초반부터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 1895년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는 명성황후(사진=정미경 기자)

3장에서는 러시아에 유학중인 조선 청년들이 무도회장에 모여 조국의 현재와 상관없이 진탕하게 술과 음악, 춤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 러시아 공사관의 아들 이위종도 있다. 한가롭게 춤이나 추는 자신의 모습이 싫다 말하면서도 “우린 오늘밤 술, 술, 술 마신다”를 반복적으로 노래하며 현실을 잊으려 한다. 여기서 이위종은 러시아 귀족의 딸 엘리자베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훗날 둘 사이에 자식을 낳기도 한다.

이어 5장은 1905년 을사년, 경운궁이 배경이다. 을사오적 이완용과 이지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이 고종에게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제국에 넘기라고 강요한다. 고종은 그들에게 미쳤다며 거부하지만 끝내 조약체결을 막지 못한다.

▲ 고종에게 을사늑약 체결을 종용하는 을사오적(사진=정미경 기자)

을사조약 체결 후 자결하는 민영환을 보며 “왜, 왜, 왜 당신이... 죽어야 할 자들이 죽지 않고...”를 외치며 울부짖는 백성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비극적인 역사의 한 장면이다.

드디어 9장에서 이상설과 이준이 이위종에게 헤이그 특사로 함께 갈 것을 종용하기 위해 러시아로 찾아온다. 이때 이위종은 절박한 역사의 순간에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가 지금에야 나타난 것인지”를 물으며 어른들을 힐난하고 헤이그에 가서 “단지 울기만 하면 되는지”물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 헤이그 밀사로 함께 갈 것을 청하는 이상설과 이준, 아버지 이범진에게 회의적인 이위종(사진=정미경 기자)

마침내 그들은 헤이그에 도착해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려고 하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다. 이후 이위종은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해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반짝이는 것이 무엇일까, 내 곁을 떠난 수많은 동지들의 눈물일까"를 노래하며 극을 마친다. 그는 일본과의 전투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중 엘리자베타가 업고 온 갓난 아기를 보며 행복해 하는 이위종(사진=정미경 기자)

뮤지컬 초반부는 비극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흥겹고 속도감 있는 음악과 빠른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다. 클래식과 펑키, 발라드, 락으로 이루어진 20여 곡의 넘버(뮤지컬 음악) 중 “이 반짝이는 것이”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입에서 맴돈다. 화려한 영상과 조명, 안무도 시선을 끈다.

지금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생각거리를 주지만 옥의 티라면 후반부에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관람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공연은 6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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