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 이음악]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책엔 이음악]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김승기 기자
  • 승인 2009.04.28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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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소설 읽다보면 이소라 노래 떠올라

 

[북데일리] 꿈처럼 다가온 사랑을/ 거짓말처럼 놓치고/ 난 다짐했다/ 절대로 변하는 사랑 앞에/ 다시는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 

사랑을 잃고 방황하던 어느 날의 기록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세로토닌의 작용으로 시작되는 그 오묘한 감정의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괴리감을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험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지만,  결국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 다시 서게된다.


은희경의 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그런 면에서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이 있다. 문제는 감정에도 소유욕이 생기면 상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때부턴 상대를 구속하게 되고 상대에게 완전한 행동을 요구한다. 사랑은 온전히 변하지 않지만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은희경이 전하는 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 실려 있는 내용은 왠지 짠하다.


누구나 마지막 춤 상대가 되기를 원한다.

마지막 사랑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마지막이 언제 오는지 아는 사람이 누구인가.

음악이 언제 끊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지막 춤의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대와의 춤을 즐기는 것이 마지막 춤을 추는 방법이다.

마지막 춤을 추자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사랑은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고.(p273)


치기어린 시절 나도 상대에게 마지막이길 원하며 완전한 사람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과거에 내가 사랑했던 그들 또는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굳이 그들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만 바라봐주길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 

애초에 마지막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만나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지막 춤을 즐기는 방법인 것을, 나는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 내가 놓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속 주인공의 시니컬함은 사랑에 관한 묘한 설레임을 자극한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사랑의 출발점에 선 느낌으로 이소라의 음악을 추천한다. 바로 4집 앨범 <꽃>에 수록된 ‘그대와 춤을’이라는 곡이다. 


‘분홍빛 뺨 사랑에 물든 얼굴로/ 그대 앞에 서있어/ 나를 감출 수 없어/ 첫눈에 날 반하게 했던 미소로/ 그댄 웃고 서 있어/ 나는 놓칠 수 없어/ 더 늦기전 그대와 난 춤을 출까봐/ 그럴까봐’


창가에 환하게 웃고 있는 그대가 보이는가?  나는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제 즐겁게 그 사랑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취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p274)


은희경은 이렇게 말하면서 소설을 끝낸다. 사람은 변하지만 사랑은 변하지 않은 채 또다시 우리네 삶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땐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그저 취하면 된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독에...


나는 오늘도 한 잔의 커피와 이소라의 ‘그대와 춤을’을 들으면서 변하지 않는 사람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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