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36] 안풀리는 문제의 묘책 '넛지'
[책읽기 365-36] 안풀리는 문제의 묘책 '넛지'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4.2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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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가 선택한 새로운 해법 패러다임"

[북데일리]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재앙’. 과연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신간 <넛지>(리더스북. 2009)는 책 이름 그대로 ‘넛지(Nudge)란 ’처방약‘을 제시하고 있다.

넛지의 뜻은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을 말한다.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를 말한다. 책엔 넛지 사례가 많이 나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많아 큰 부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한 쪽에선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헬멧을 허용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다. 즉 “자유”냐 “방임”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에선 이 문제가 격렬한 논쟁을 벌어졌다.

그런데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넛지 형태의 한 방법을 제안했다. 헬멧 착용을 원치 않는 오토바이 탑승자에게 ‘특별 면허’ 취득을 요구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이 의견에 따르면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려면 면허 취득 비용을 추가로 내야한다. 한번 고려해볼 처방이 아닐까 싶다. 일종의 절묘한 타협이자 아이디어다.

살다보면 이성이 아닌 상황과 조건에 지배를 받을 때가 많다. 금연을 한 사람이 금연자와 술을 먹을 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흡연자들과 함께 있을 땐 담배를 피울 확률이 높다. 또다른 예다.

체중을 늘리기에 특히 좋은 방법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경우다. 책에 따르면 혼자 먹을 때보다 35%를 더 먹으며, 네 명이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는 75%를 더 먹는다. 일곱명이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는 96%를 더 먹는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넛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게 되는 현상이다.

행동경제학의 발명가와 미국 법률정책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 두 명은 ‘사회적 넛지’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오토바이 헬멧착용’의 묘안과 비슷한 사례는 화장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공항은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이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책의 내용.

“이곳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이것이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nudge의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반론이 만만찮다. ‘디설피람’이라는 약이 좋은 예다. 일부 알코올 중독자에게 지급되는 이 제품은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곧바로 구토를 하고, 숙취를 겪게 한다. 과연 알코올 중독자에게 이런 프로그램을 하도록 해야 할까.

출판사는 이 책 ‘넛지’가 미국 오바마 정권이 넛지 정책을 수용하면서 폭발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저자 중 한 명은 현재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서 일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과연 넛지는 미국을 포함한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처방전이 될 지 관심이다. 그러나 거창한 문제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넛지로 인해 해결될 문제가 적지 않을 듯 싶다. 그런 점에서 유용한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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