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어울리는 와인은 없다?
삼겹살에 어울리는 와인은 없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4.2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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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곁들일 음식 함께 안내

  

[북데일리] 와인은 이제 한국에서도 대중화의 길에 들어섰다. 무수히 많은 와인바와 와인샵, 그리고 서점에 가면 와인 책만 따로 모아놓은 서가가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와인은 조심스럽다. 이름도 어렵고, 맛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와인문화는 고급이라는 생각 때문에 와인을 마시는 자리에서 와인에 대한 예절을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존재한다. 그래서 시중에 와인에 관련한 많은 책들이 넘쳐나며, 인터넷에도 와인에 대한 포스팅도 엄청나다. 정보의 홍수다.
 
흔히 와인 책에서는 보통 와인을 알기위한 기본적인 용어에서 시작해서, 와인 이름에 관한 내용 그리고 각종 와인 상식, 그리고 추천 와인을 가격과 함께 수록한다. 그리고 마리아주(Mariage)가 꼭 따라온다. 마리아주란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의미한다.
 
와인은 유럽에서 온 술이기에 당연히 그곳의 음식과는 잘 맞는다. 그렇다면 한식과 와인은 궁합이 맞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와인 안내서에는 반드시 마리아주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은 삼겹살과 특정 와인이 어울린다는 식으로 안내를 해준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와인과 한식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스타 셰프로 유명한 박찬일이다.

신간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예담.2009년)에서 박찬일은 삼겹살 자체는 와인과 좋은 매치를 이룰 수 있지만, 삼겹살과 함께 먹는 “생마늘과 파절임의 강력한 향 한방에 무너지고 만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고급 와인이 발산하는 코는 더 이상 감지하지 못하고, 타닌의 떫은 느낌과 알코올의 자극만 남는다. 다시 말해, 비싼 와인이 제값을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한식과 와인은 참 냉정한 관계”라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와인과 한식의 만남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드시라. 그저 편하게 마시면 좋다. 약간 전문가인 척 조언한다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않는 음식과 와인을 고르면 된다. 매운 맛에 놀란 혀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발포성 와인이나 화이트와인은 대부분 한식에 곁들여도 괜찮다.”

이 책이 다른 와인 안내서와 달리 특별한 점은 또 있다. 우리가 와인을 즐기는 이면에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내용이다. 예컨대 와인생산과 이송 시에 사용하는 많은 화석 연료로 인해 탄소량이 상당하고 두꺼운 유리병은 자기 무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산업 폐기물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와인을 즐기는 가운데 우리는 지구 건강의 일정 부분을 해치고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예를 한 번 더 보도록 하자.

같은 브랜드의 와인도 빈티지가 다르면 가격도 다르다. 그 이유는 그 해에 좋은 포도를 생산했는지가 관련되기 때문이다. 여름의 폭염은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어 수퍼 빈티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03년 유럽의 여름은 정말 뜨거웠다. 와인 생산자들은 당연히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폭염으로 인하여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었다. 와인 업자로선, 혹은 와인 애호가로선 폭염을 보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상황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와인을 즐기는 행위가 마치 죄를 짓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와인을 지나치게 즐기면 문제가 있지만, 음식과 함께 가볍게 마시면 문제 없다. 와인이 몸에 좋다고 너무 많이 마시면 마시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알고 마시면 좋을 듯하다. 와인에 대해 알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와인의 맛과 향에 반하겠지만,  맛깔스런 음식이 함께 하기에 아마도 과음까진 가지 않을 것 같다. 

 

화이트 와인은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

 

와인에 치즈는 잘 어울린다

(사진제공 : 예담)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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