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편견과 비하 부추기는 신조어 ‘종특’ 사용 자제해야
[책속의 지식] 편견과 비하 부추기는 신조어 ‘종특’ 사용 자제해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5.12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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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것들 사전>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언어는 사회상을 담는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신조어가 때론 편견과 비하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종특’ 같은 단어들이다.

‘종특’은 ‘종족 특성’을 줄인 말이다. 그저 종족의 특성이라는 말을 줄였을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무척 짧은 사유다. “뒤통수치는 것은 호남인의 종특이다” “변덕은 여성의 종특이다”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것은 한국인의 종특이다” “얍삽한 것은 일본의 종특이다” 등 부정의 예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주류 집단이나 지배 집단에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또 자신과 다른 외부인,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개인의 개성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성격만으로 단정 지어 어떤 특성을 지닌 집단을 비하·비난하고 배제한다는 데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사회적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숫자가 적고 취약한 위치에 있는 집단에 이 말이 적용된다면 더욱 위험하다.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도 유대인이라는 집단에 온갖 부정적 종특을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유대인은 매우 사악하므로 인류에 대한 오염이라 주장했고 유대인 학살을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했다. <요즘것들 사전>(우리학교.2016)의 저자가 전하는 우려의 목소리다.

더 놀라운 대목은 유대인 학살이 있기 전까지 독일인들이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독일에 유대인이 많이 거주한 이유도 주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독일인들이 비교적 동등한 대우를 해줘서라 전했다. 그런데 왜 한순간 ‘종특’논리에 휘말렸을까. 고통이 극심할 때 당장 고통을 설명하고 탓할 대상이 필요해서라는 해석이다. 한마디로 닥친 현실에 가장 편리하고 쉬운 결정을 위해 ‘종특’논리를 내세운다는 말이다.

‘~종특이기 때문이다’라는 혐오의 표현은 당장 고통과 사태를 편리하고 손쉽게 규정해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단어 하나에 담긴 혐오와 배제의 싹을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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