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타임이야” “인실시켜야 해”...요즘것들의 말말말
“현자 타임이야” “인실시켜야 해”...요즘것들의 말말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5.1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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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것들 사전>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현타, 어그로, 답정너, 인실’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쓰이는 단어들이다. “아, 이런 현자 타임 왔다.” “이런, 어그로 유발했다” “답정너인데 왜 물어?” “그런 사람 무조건 인실시켜야 해요” 대화에서는 이렇게 쓰인다.

대개 어른들은 “‘요즘 것’들이 하는 말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라고 말할 테지만, 요즘 것을 꾸짖는 어른들도 한때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시절 ‘요즘 것들의 말’을 썼었다. <요즘것들 사전>(우리학교.2016)은 요즘 것들 말 속에 요즘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하며 단어의 원래 뜻과 발생 배경 사회적 맥락을 두루 살핀다.

자, 옛것이 되어버린 어른들을 위해 앞서 나열한 정체불명의 문장을 해석해보자. 책에 따르면 ‘현타’는 현자(賢者)와 타임(time)을 합친 말이다. 그런데 뜻은 ‘현명한 사람의 시간’이 아니라 후회와 허무감이 물결치는 경험을 하는 순간 쓰는 말이다. 가령 밤새 컴퓨터 게임에 열중해 날이 밝았거나 연예인에 심취해 사생팬 노릇을 하다 문득 후회의 감정이 밀려드는 상황일 때 쓴다.

‘어그로’는 도발, 골칫거리 뜻을 지닌 영어 aggravation, 공격, 공격성의 뜻인 aggression에서 왔다는 설이 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가 일상생활에 들어온 경우다. 온라인 게임 중 주로 MMORPG 게임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캐릭터가 가진 주목도나 공격수치 따위를 뜻한다.

플레이어 여러 명이 팀을 이뤄 각종 몬스터와 싸울 때 몬스터를 화나게 만들어 불필요한 싸움을 일으킬 정도로 캐릭터에 포함된 어그로가 높은 캐릭터를 꺼리는 데서 기원했다는 해석이다. 최근에는 반감을 사는 말과 행동으로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을 어그로꾼이라 지칭하거나 어그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하기만 하면 돼”를 줄인 말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자기 뜻을 강압적으로 관철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 쓴다. 예컨대 “요즘 실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름 휴가를 반납할 생각입니다. 여러 직원분 생각은 어떻습니까?”라는 상황이라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터다.

‘인실’은 “인생은 실전이야”의 줄임말이지만, 좀 더 격한 감정이 서려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정반대다. 젊은이나 약자가 참을 만큼 참다가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의미로 쓰인다. 최저 시급을 주지 않는 사장이 있다는 고민을 고백했다면 “지방 노동청에 찔러. 신속한 인실이 가능해”처럼 사용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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