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 일이?] 새끼를 업어 기르는 새가 있다?
[책속에 이런 일이?] 새끼를 업어 기르는 새가 있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4.0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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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소중함 일깨우는 다큐 동화 <뿔논병아리의 선물>

[북데일리] 아기를 안거나 업는 동물은 영장류에만 한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포유류도 아닌 조류가 새끼를 업어서 기른다면 어떨까.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뿔논병아리의 선물>(동아시아.2009년)은 새끼를 업어서 기르고 있는 특이한 새 뿔논병아리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동화처럼 구성한 책이다. 서문을 통해 ‘다큐 동화’라고 부르고 싶다고 한 이 책의 저자는 KBS 다큐멘터리 PD인 신동만이다.

저자가 뿔논병아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태안반도 앞바다에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 때문이었다. 사고로 말미암아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 쓴 새 사진이 신문에 났다. 이 새가 바로 뿔논병아리였다. 어느날, 저자는 지인의 사무실에 놀러갔다 뿔논병아리의 사진을 또 보게됐다. 뿔논병아리가 구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저자는 뿔논병아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그는 1년간 뿔논병아리의 생태에 관한 다규멘터리를 제작을 하게 된다.

뿔논병아리 암수의 구애춤 ,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뿔논병아리는 논병아리목 논병아리과의 조류다. 머리에 뿔처럼 깃털이 나있어 그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주로 호수에 서식하면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겨울에 호수가 얼면 바다로 가서 살긴 하지만 이동거리는 길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재주보다는 헤엄을 치는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새라는 점이 어쩌면 펭귄과 닮아 있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면 뿔논병아리의 생태는 신기한 부분이 많다. 암수가 구애를 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은 하트 모양을 닮았다. 부리와 목, 가슴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그렇다. 이런 구애 장면에서 독자들은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류의 구애 행동은 춤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뿔논병아리 수컷도 짝을 찾기 위해 마음에 드는 암컷 앞에서 열심히 춤을 춘다. 암컷은 수컷이 마음에 들면 둘은 함께 춤을 춘다. 부부가 되는 첫 단계는 바로 '하트 춤'이었다. 새로 태어난 새끼의 이마부분 역시 붉은 색의 하트 모양이다.

이어서 둘은 물위에 자신들이 살아갈 집을 짓는다. 이 수상둥지에서 이들은 새끼를 낳고 기른다. 뿔논병아리는 둥지에 들어갈 때 잠수를 한다. 천적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몸짓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들의 유전자 안에 확실히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동화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은 잃어버린 새끼와 어미의 재회 장면이었다. 하루는 물뱀 한 마리가 뿔논병아리의 둥지를 습격했다. 어미는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버렸다. 둥지에는 알이 있었다. 물뱀이 알을 삼키려는 순간, 갑자기 인근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있었다. 그러자 물뱀은 알을 놔두고 도망을 쳤다. 용케도 알은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 않았다.

저자는 부화하기 직전 상태의 이 알을 가져다가 인공부화를 시켰다. 이어 새끼가 태어났다. 저자는 어미가 새끼를 알아 볼까 호기심이 동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 하지만 어미는 새끼를 알아봤다.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새끼의 소리를 들어왔기에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의 새끼라 알아차린 것이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깊은 감정이입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터이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새끼는 100일이 지나면 부모의 곁을 떠난다.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행동은 동물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새끼를 등에 업고 있는 모습.

뿔논병아리의 어미나 아비는 자신의 가슴이 있는 털을 뽑아 자신이 먹기도 하고, 새끼에게 먹이기도 한다. 이 특이한 현상은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내뱉기 위해서이다. 이런 음식물 찌꺼기를 펠릿(pellet)이라고 하는데, 맹금류에서나 관찰되는 행동이다. 따라서 뿔논병아리의 이런 행동은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늘 이런 새로운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이 책의 내용은 2009년1월에 KBS에서 환경스페셜로 방송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자연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 없다. 자연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알려주고, 그 어떤 경우에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9쪽)

저자는 자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인간이 겸손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에는 새끼를 업어 기르고 있는 뿔논병아리의 지극한 자식 사랑이 펼쳐져있다. 동화 같은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과 헌신적인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게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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