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포토] 동네 책방에서 은희경 작가 작은 낭독회
[WP 포토] 동네 책방에서 은희경 작가 작은 낭독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4.22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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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전체를 다 읽는 경우는 처음"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K의 술집에서는 세종류의 위스키만을 팔았다. 씽글몰트로만. 다른 술은 없었다. 주문하는 방식도 여느 술집처럼 메뉴를 보고 고르는 게 아니었다.” (p.9) - 은희경 작가 <중국식 룰렛>(창비. 2016)중에서

단편소설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뜻 깊은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일산 백석동의 동네책방 ‘미스터버티고’에서 열리는 작은 낭독회다. 2016년 12월 15일을 첫 시작으로 매달 셋째주 목요일, 오후8시에 개최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은희경 작가다. 그는 10여 년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때 그곳에서 접했던 낭독 문화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들은 도서관, 교회, 책방, 카페 어느 곳에서나 규모에 상관없이 한 공간에 모여 앉아서 작가는 읽고 독자는 귀를 기울였다.

은 작가는 그때부터 낭독 만남에 대한 계획을 품어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에 작가가 되어 그때부터 일산에 살고 있다. 22년째 일산에 살다보니 소설의 배경으로 일산이 많이 등장하고 개인의 고독 같은 신도시의 정체성 이야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곳에서 얻은 것을 조금쯤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20일 행사에서는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 <중국식 룰렛>(창비. 2016)속 동명의 소설을 1시간 30분에 걸쳐 완독했다. 이 작품은 10년 전에 쓴 것으로 “젊은이와 중년의 상황과, 여성을 보는 왜곡된 성적 시각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어 쓴 것”이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혼자 묵독으로 읽었던 작품을 작가의 목소리로 다시한번 들으니 마치 영화 속 스크린을 보는 것 처럼 소설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보통 작가들은 행사장에서 자신의 작품 중 일부 문장이나 특정 단락만을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 작가는 자신의 "단편소설 1편을 전부 다 읽은 것은 처음"이라며 "작품을 즐기려면 전체를 다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내의 상자>,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날씨와 생활> 등의 작품을 낭독했다.

이날 낭독회는 총 12회 예정 중 5번째 였다. 다음 달 5월, 6회째에는 다른 작가와 같이 낭독을 할 계획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를 쓴 박준 시인이다. 서로 상대 작가의 시와 소설을 읽을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행보를 눈여겨보는 동료들이 많다며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동네책방이다보니 장소가 협소해 30명만 예약을 받는다. 참가비는 없다. 매번 예약이 꽉 차 서서 듣는 독자들도 많다. 당일에도 인천에서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온 독자가 있을 정도였다. 서점 대표(신현훈)는 스피커를 외부로 연결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독자들이 작가의 육성을 밖에서도 들을 수 있게 했다.

책이 좋아 2년 전 문학전문 동네책방을 열었지만 생각만큼 책을 구입하는 손님이 적어 고민이던 그에게도 서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 싶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생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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