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간' 두 얼굴의 딜레마
'과학'과 '인간' 두 얼굴의 딜레마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3.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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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 다이슨... 과학자 눈으로 본 인간, 우주, 신

[북데일리]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이 결합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다른 문제가 된다. 즉 가치 지향적이 된다. 요컨대 핵물리학자가 핵을 연구하는데 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가 기술과 결합하여 핵무기를 생산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이는 과학자 개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과학자가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데 까지는 역시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과학자 본인의 가치가 개입한다. 원자폭탄개발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원자폭탄을 개발한다.

물론 이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경우에도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참여한 데 대해 자기 합리화를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원자폭탄이 개발되기 이전에 독일은 항복을 한다. 이제는 원자폭탄을 계속 개발하거나 이를 일본에 사용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사용했다.

이때 원자폭탄개발에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두 패로 나눠졌다. 개발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와 리처드 파인만은 과학자로서의 양심에 가책을 받는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수소폭탄 개발에까지 이른다. 이제 그들은 스탈린을 두려워하며 새로운 폭탄 개발에 나섰다. 요컨대 그들은 학자로서의 경력과 명예 그리고 정치적인 야심까지 가지고 있었다.

오펜하이머와 리처드 파인만과 같이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 과학자들은 인간적인 고민 때문이었다. 이전에 사용해왔던 재래식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이 무기가 인류 모두를 없애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자신이 이 무기를 만드는데 참여했다는 사실에 그들은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자연의 비밀을 밝혀내고 나아가 이를 통해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연구에 매진한다. 그렇지만 위에서 보듯이 이들도 인간적인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서 과학자들의 가치관이 나타난다.

과학의 가치에 대해 고민에 빠져있는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폭격 전술개발에 참여했다. 연합군 측의 승리를 위해서 독일군을 죽이는 일에 참여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전쟁이 민간인들의 재산과 목숨도 빼앗는 현실에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는 “기술은 악을 익명화한다. 과학과 기술을 통해서 악은 관료주의적으로 조직되어, 그 누구도 일어난 일에 대해 전혀 책임 의식을 갖지 않게 되었다.”(52쪽)라고 과학과 기술로 인한 우려할만한 결과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이 상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글로 남긴다. 이 책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사이언스북스.2009년)이 바로 그 고민의 결과다. 저자는 20세기 유명한 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이다. 프리먼 다이슨은 다음과 같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나는 한 과학자가 ‘인간의 상황’에 대해 느끼는 것들을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16쪽)

그는 과학자로서의 삶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심정을 마치 손자에게 옛 이야기를 들여 주듯이 독자에게 편안하게 들려준다. 프리먼 다이슨은 1923년 영국의 버크셔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의 가정에서 태어나 책읽기를 좋아했고, 또 수학을 좋아했던 그는 홀로 미적분학을 공부해 깨우칠 만큼 수학적 재능이 있던 사람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민간인으로 영국 공군의 전략 폭격 부대에서 근무한다.

그는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적군에게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폭격방법을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서 알아내는 일을 한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져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1947년 미국으로 향한다. 그의 본격적인 과학자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미국 코넬 대학과 프린스턴 고등 학문연구소에서 한스 페테,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같은 당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로부터 물리학을 배운다.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 줄리언 슈윙거와 같은 학자들과 양자전기역학을 연구한다. 이 시기에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은 극에 달해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사는 원자력을 전쟁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길 바란다. 그는 인간의 미래가 우주개발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프리먼 다이슨은 우주선에 액체 연료를 사용하기 보다는 수소폭탄을 사용한다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속도도 빠르게 만들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오리온 계획(Orion Project)'이라고 알려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우주 공간에서의 핵폭발 금지 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갑자기 중단되고 만다. 이렇게 중단된데 대해 칼 세이건은 자신의 책 <코스모스>에서 “나는 이것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핵무기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오리온 계획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표시했을 정도로 큰 아쉬움이 섞인 말을 한다.

프리먼 다이슨은 평생 음악과 문학을 사랑했으며, 윤리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음을 이 책 전체에 걸쳐 누누이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멋진 시를 여러 편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에게 있어서 시는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진솔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의 본질과, 과학과 사회의 상호 영향을 이해하려면 과학자 개인을 살펴보고 그자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아야 한다. 과학에 관련된 윤리 문제에 가장 잘 다가가기 위해서는 진짜 과학자가 겪는 진짜 고민거리를 연구해야 한다. 가장 믿을 만한 것은 1차 증거이므로 내가 겪은 일을 쓰려는 것이다. 내가 경제학자보다는 시인에게 더 귀를 기울이는 것도 개인을 중시하기 때문이다.”(17쪽)라며 자신이 이 책을 저술한 목적과 시의 중요성을 함께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인간의 광기로 인한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 상황에 대해서 저자는 “인간은 일시적이고 비열한 존재인 동시에 밝은 앞날과 재앙의 씨앗을 함께 가진 존재이다.”(318쪽)라고 말하며 인간이 서로를 죽일 수도 있는 악마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천사 같은 성격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1979년에 출간된 책이니, 프리먼 다이슨이 56세에 쓴 책이다. 이제 86세인 이 할아버지 과학자는 21세기에는 과학이 어떤 역할을 하리라고 예상할까. “과학과 기술은 다른 모든 인간 정신의 창조물과 마찬가지로 예측 불가능하다.”(18쪽) 는 그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과학과 인간의 양면성을 아울러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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