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탄생 200년...아, 갈라파고스!
다윈 탄생 200년...아, 갈라파고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2.2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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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의 기원이 된 섬...신비롭고 아름다운 여행

[북데일리] 2006년6월 AP 등 유수의 통신사들은 176세의 거북이가 호주의 동물원에서 사망했다고 전세계에 알렸다. 이 거북이는 암컷으로 '헤리엇'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다윈 거북이’가 더 의미있는 명칭이다. 비글호를 타고 전세계를 탐험하던 찰스 다윈은 1835년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한다. 그곳에 5주간 머무르며 많은 동식물과 암석의 표본을 수집해 영국으로 가져가며 살아있는 거북이 새끼 몇 마리도 데려간다. 헤리엇은 그 거북이 중의 한 마리였다. 거북이가 장수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5년간의 항해기간 중 단 5주간에 머물렀던 갈라파고스 제도, 생명진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서 찰스 다윈에게는 마치 에덴의 동산 같은 그 섬, Galapagos는 ‘말의 안장’이란 뜻의 스페인어에서 유래했다. 그곳에는 말 안장을 닮은 등딱지를 가지고 있는 거북이가 있기에 스페인 사람들은 이 제도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헤리엇의 등딱지가 말 안장처럼 생겼는지 궁금하다.

이사벨라섬 알세도 화산의 가장자리에 있는 코끼리거북

갈라파고스 제도는 ‘세상을 바꾼 섬’이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다. 신간 <갈라파고스>(궁리.2009년)에는 이 명칭의 의미를 밝혀준다.

2009년은 찰스 다윈이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고,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나 관련 도서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찰스 다윈의 명성은 바로 그의 책 <종의 기운>에서 나온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란 단어 때문이다. 요컨대 찰스 다윈은 진화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에 ‘자연 선택’이란 말을 사용했다. 갈라파고스는 다윈의 자연선택을 잉태하게 해준 장소였다. 그는 갈라파고스에 대해 “나의 모든 관점들의 기원”이라고 말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가장 가까운 육지는 에쿠아토르다. 나라 이름에 ‘적도’라는 의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에쿠아토르에서 약 1,170 킬로미터 떨어진 동태평양에 갈라파고스 제도는 외롭게 떠있다. 지금도 화산이 활동하고 있고, 지각판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다.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한 열대지역이지만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있어 펭귄과 같은 한대 지역에 사는 동물도 이곳에 있다. 정말 특수한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갈라파고스는 1535년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발길을 허용했다. 파나마의 주교 프라이 토마스가 파나마에서 페루로 가던 중 표류하다가 도착한 곳이 갈라파고스 였다. 토마스는 갈라파고스 자연의 모습에 놀라워하며, 이를 글로 남긴다. 그는 그곳에서 마실 물을 찾을 수 없어 선인장을 먹음으로 수분을 보충했다고도 썼다. 150년이 지난 후 영국의 해적선이 갈라파고스에 나타난다. 다시 백 년 후 포경선이 나타나 고래를 사냥한다. 그들에게 이 섬의 의미는 다만 약탈의 대상일 뿐이었다.

갈라파고스는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하고 정확히 300년이 지난 후, 그곳에 도착한 다윈에 의해 ‘세상을 바꾼 섬’으로서의 자격을 얻게 된다. 저자는 “이전 사람들은 그곳에서 ‘지상의 지옥’만 보았지만, 다윈은 그곳에서 에덴동산을 우연히 발견했다.”(71쪽)고 그 의미를 읽어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지질학과 생물학 지식을 가지고 있던 다윈에게 갈라파고스는 달리 보였다. 그곳에서 만난 13종의 핀치는 환경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부리의 모습이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다윈은 갈라파고스에서 진화의 현장을 목격한 셈이다. 그러나 진화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큰땅핀치와 작은땅핀치, 보기에도 부리의 모습이 차이가 난다

다시 24년이 지난 1859년 11월24일 발간된 <종의 기원>을 통해 다윈은 ‘자연 선택’이 진화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밝힌다.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의 모습이 동물로 지위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윈이 잘 못 알고 있던 사실도 있었다. 그는 진화는 오랜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에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인 대 다프네에서 핀치를 관찰한 그랜트 부부에 의해서 진화가 아주 급속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다윈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랜트 부부의 이야기는 <핀치의 부리>라는 책에 잘 소개되어 있다. 조나단 와이너는 <핀치의 부리>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다.

대 다프네 섬, 그랜트 부부가 핀치를 관찰한 곳으로 진화가 지금도 진행중임을 확인


육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갈라파고스에는 560종 이상의 자생생물, 55종 이상의 자생 육상 척추 동물과 1,700종의 자생곤충이 살고 있다. 이 생물들은 먼 육지로 부터의 지리적 격리 때문에 진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리라. 정말 경이롭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펭귄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의문이다. 이유는 차가운 훔볼트 해류 때문. 자신들의 고향과 달리 이 더운 곳에서 살고 있는 이 펭귄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돋이 전에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동물들의 적응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그 적응에도 한계가 있다. 이곳의 자원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게다가 관광객까지 증가하고 있다. 상어 지느러미를 채쥐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사냥, 해삼 남획. 이런 인간의 행동은 에덴 동산을 실낙원으로 만들고 있다. 일주일마다 제트비행기 33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화물선 4대가 섬으로 화물을 운반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과 화물이 들고 나는 가운데, 새로운 종이나 질병이 유입되어 이곳 생태계를 파괴하리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곳을 어떻게 지켜내느냐의 여부가 21세기 우리들에게 맡겨진 임무다.

“이 매혹적인 제도를 방문하고 싶은 꿈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책 말미의 ‘지명색인/가이드북’만으로도 이 책의 가지가 충분하다.”고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추천서문에 말하듯이 갈라파고스에 대해 알야야 할 모든 것이 책 뒷부분에 나온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은 여러 가지다. 진화의 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만큼 폴 D. 스튜어트를 비롯한 여러 명의 저자의 글이 좋다. 게다가 BBC탐사팀이 찍은 엄청나게 많은 사진은 갈라파고스로 우리를 부르는 듯 하다. 그러나 사람의 발길에 망가져가고 있는 그곳에 내 발걸음마저 더해진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더 이상 사람들의 탐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곳은 복낙원으로 되 살아나야 한다. (사진 제공 : 궁리출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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