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22] 퇴짜맞은 작가가 모여 출판사를?
[책읽기365-22] 퇴짜맞은 작가가 모여 출판사를?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2.13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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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는 국경도 없다>...해외 출판가 흥미로운 사례들


[북데일리] 기획은 묘하다. 너무 어렵고, 너무 필요하다. 견고해서 쉬 뚫릴 것 같지 않지만, 때론 '재수 좋은 놈'에겐 마구 뚫린다. 베스트셀러는 기획의 승리인 경우가 많다. 과녁을 맞췄다 싶으면 살짝 빗나간다. 누구는 눈감고 쏘는데 기막히게 맞춘다.

때론 말도 안 되는 기획이 팔리고, 좋은 기획은 너무 자주 실패한다. 성공하면 신통하고 실패하면 '망통'(합해서 열이 되는 두 장의 화투 패-가장 낮은 패)이다. 화투에서 신통과 망통은 한 끗 차이다.

이 어려운 기획의 정복이 서점가 한 쪽의 화두다.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기획은 개인을, 더 나아가 나라를 먹여 살리는 일이니.

‘스타이론’을 앞세운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크레듀.2008)가 기획서로는 최단기간(달포)내 2쇄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책 기획을 말하는 책이 눈길을 끈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2009)는 출판기획의 지평을 해외로 넓힌다.

지은이는 번역가 강주헌이다. 해외 출판물 저작권 에이전트(해외 출판사를 대신해서 저작권을 팔아주고 관리해준다)로 일한다. 내용은 '우리도 이런 책 기획을 참조하면 어떨까'가 핵심이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가 잘 나와 있다.

1. 퇴짜 맞은 작가가 모여 출판사 설립 : 1989년 대형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작가와 화가들이 모여 공동 출판사를 만들어 자신들의 책을 직접 출간하도록 했다. 이 출판사 이름은 '프라이드 앤 임프린츠'. 나중엔 '폭풍'으로 바꿨다. '윈드스톰 크레이에키브'다.

2. 곰브리치를 얼굴마담으로 한 출판사 : 직원 42명, 매출 50억의 '파이돈북스'란 출판사가 슐래그먼이란 이에게 인수됐다. 새 주인은 색다른 전략을 썼다. 그 유명한 곰브리치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이다. 곰브리치 전용 출판사인 셈. 곰브리치는 파이돈에서 17권을 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국내 출판계선 이례적인 일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선 저자가 출판사를 떠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유독 비싼 해외 저작물 가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경우 한국판 값은 35달러. 약 42,000이다. 8,500원 짜리 다섯 권으로 갈랐기 때문이다. 반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선 29.99달러다. 인터넷으로는 18달러. 영국에선 17파운드-34,000원이고, 프랑스독일도 40,000만원이 안 된다.

책에 따르면 신화에 관한 편식 역시 문제. 국내에서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은 그야말로 홍수. 그러나 "중국, 인도, 잉카나 마야 신화는 비참할 정도"라고 비판한다. 한국 신화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몰려다니는 모습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책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선 질적인 다양화를 주문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분야가 많이 있다는 것. 그는 그 한 예로 "외국에는 운동선수가 영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에 대한 책을 거론했다.

실제로 외국엔 스포츠 스타를 다룬 책이 많다. 반면 우리는 스포츠 스타를 '우대'하지 않는다. 배울 점이 없다고 경시하는 풍조가 있기 때문일까. 저자는 박세리나 김미현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출판사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은 '인문학 살리는 법'이다. 다음이 그 주문사항이다. 맨 마지막 부분이 가장 맘에 든다.

'1. 시대적인 상황에 부합하는 책 2.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책 3. 독자의 관심 폭을 넓힐 것. 책값을 싸게 하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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