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엄마와 2년간 말 놔눠보셨어요?...김탁환 신작 ‘엄마의 골목’
[신간] 엄마와 2년간 말 놔눠보셨어요?...김탁환 신작 ‘엄마의 골목’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3.27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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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김탁환 지음 | 난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사람은 태어나면서 ‘엄마의 유산’을 경험한다. 인생의 첫 ‘맛’부터 첫 ‘향기’ 그리고 ‘너른 품’, 자라면서 물려받는 정서까지 인간의 근원적 문제 중심에는 엄마라는 ‘말뚝’이 박혀있다.

소설가 김탁환도 다르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던 그는 20년 동안 다른 이야기를 창작하느라 미뤄두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엄마의 골목>(난다.2017)으로 실현했다. 책은 그가 엄마와 2015년 5월 5일부터 2017년 1월 24일까지 나눈 대화를 갈무리해 기록했다.

소설가의 엄마라서일까. 아니면 세상 모든 엄마가 일흔을 훌쩍 넘기면 그렇게 되는 걸까. 책으로 만나는 그의 엄마는 시인 같기도 소녀 같기도 때론 짓궂은 악동 같기도 하다. “진해에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돼”라 말하는 대목이나 열세 권이나 되는 추억의 앨범을 손수 불태우고 이에 화를 내는 작가에게 “지나간 거니까. 사라진 건 곱게 보내야” 한다는 대목도 그렇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함께 진해를 걷기로 한 계획이 미뤄졌을 때도 병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녹음하려는 작가를 향해 “혀로 걷는 거랑 발로 걷는 거랑 같을 리 없다”며 녹음을 못 하게 하셨다. 덕분에 작가는 공책에 메모만 정신없이 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들에게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점점 가벼워지는 것 같다며 그 느낌을 ‘깃털같다’고 표현하는 대목, 쓸쓸함을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에 비유하는 대목도 남다르다. 그의 글재주가 어머니의 유산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과한 걸까.

소설가 김탁환은 엄마를 이렇게 정의 했다. “엄마는 단정한 문어(文語)에 비릿한 구어(口語)를 더하는 적극적인 독자였다.” 그래서일까. 책은 꼭 그렇게 읽히고 모자가 나눈 대화 곳곳에 묻어나는 애잔함은 우리가 뒤로 미뤄두었던 엄마를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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