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바흐'를 좋아하는 까닭
식물이 '바흐'를 좋아하는 까닭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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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진동, 성장의 자극제...'식물 세계 흥미롭네'

[북데일리]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라는 말이 있다. 1991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토마티스(Dr. Alfred A. Tomatis)가 <왜 모자르트? Pourquoi Mozart?>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가지고 청각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훈련을 했다. 그 결과 뇌의 기능도 향상이 되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 밝혔다.

또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고든 쇼(Gordon Shaw)교수와 위스콘신 대학 프랜시스 라우셔(Frances Rauscher)교수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대학생 36명에게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를 들려주고 공간추론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점수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편안진다. 이것이 음악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 아니던가.

신간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지오북.2009년)에 따르면 식물도 음악을 좋아한다. 과수원이나 비닐하우스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수확량이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흥미롭게도 식물들이 특히 좋아하는 작곡가가 있다. 바로 바흐다.

책에 따르면 바흐의 오르간 음악은 저음의 묵직한 진동이 식물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소리는 진동을 통해서 전달되는데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악은 식물에게도 역시나 부드럽고 감미로울 수 있으며, 사람에게도 시끄러운 록 음악은 식물에게도 역시 소음으로서, 진동은 세포전위나 활성전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다.”(167쪽)

이 책의 저자인 차윤정은 산림환경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신갈나무 투쟁기> 등 식물이나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여러 권 출간했다. 이 책은 2000년에 처음 출간한 후, 이번에 복간한 것이다.

책은 ‘완벽한 본능’, ‘아름다운 본능’, ‘사회적 본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식물을 생물학적,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을 한 번 살펴보면 온통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과 들에 살아있는 나무도 있거니와 집 안 화분에도 있고, 또 책상, 휴지, 책 등 모두 나무를 재료로 하고 있다. 일부 악기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만약 종이가 없었다면 인간의 역사는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 같은 고도의 문명을 이루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나무, 비단, 파피루스와 양피지만 가지고는 우리가 알아낸 지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900년 전에 발명된 종이는 인류 문명의 견인차였다.

나무는 또한 자신의 몸 안에 기록을 남긴다. 나이테를 통해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나이테 속에 담겨진 오래된 나무의 기록에서 사람들은 나무가 살았던 시대의 기상이나 환경조건을 읽어낼 수가 있다. 연륜연대학은 바로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지구 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동물들과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잎에 독성을 포함시키고 가시로 자신의 몸을 두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래야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 식물들 간에도 자원을 가지고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풀들은 ‘공군력’을 이용해 경쟁을 한다. 예컨대 작고 가벼운 씨앗을 바람을 타고 날려서 유전자를 퍼트리려고 한다. ‘화학전’도 식물이 선택하는 경쟁 방법 중 하나다.

“소나무는 뿌리로부터 독물질을 분비하여 적들을 독살한다. 뿌리뿐만 아니라 잎에도 독성분이 있어 토양을 독물질로 가득 채운다. 그러나 화학전은 후유증이 심각하다. 오랫동안 누적된 독물질로 인해 소나무들은 자가중독이 되고 만다.”(236쪽)

때론 ‘보병력’도 사용된다. 강력한 뿌리로 땅속을 장악하려는 전투가 지금도 지하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과 생식을 위해서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선조들은 자연의 동식물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었다. 왜냐하면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동식물은 생존을 좌우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동식물은 인간으로도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또 식물은 상상을 자극해 쾌락과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로도 인간 사회에서 활용되었고, 특히나 지배 계급이었던 샤먼에게는 신과 만나는 계기도 마련해주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선조들은 동물들이 뜯어먹어도 괜찮은 식물이 어떤 종류인지 관찰하고, 야생 짐승들이 각종 교목, 관목, 초본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유심히 지켜본 후에야 식물을 먹어보았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중에서도 모험심이 강했던 부류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런 지식을 늘렸을 것이고, 뱃속에 넣어도 좋은 것이 무엇이고 아닌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을 쌓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죽거나 병이 들었을 것이다.

초기 인류는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이런저런 나뭇잎이나 나무껍질을 씹으면 두통이나 치통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상처를 입었을 때 나뭇잎이나 이끼를 갖다가 출혈을 막고, 그런 행동을 오랜 기간 하다 보니 어떤 식물이 감염을 막아주고 더 빨리 상처를 아물게 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야생의 침팬지도 자신의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멀리까지 가서 그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식물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선조가 가지고 있었던 지식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또 대규모 개발로 인하여 많은 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구를 외투처럼 덮고 있는 식물이 사라진다면 아마 인간도 사라질 것이다. 식물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잊고 있는 식물에 대한 진면목을 깨달을 수 있다면 좋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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