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권-12] "지구기온 1도만 올라도 저 죽어요"
[책읽기365권-12] "지구기온 1도만 올라도 저 죽어요"
  • 김지우
  • 승인 2009.01.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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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악몽'...지구 온난화 경종


[북데일리] <6도의 악몽>(세종서적. 2008)은 '악몽'스런 표지를 앞세우고 있다. 검은 바다, 시커먼 굴뚝, 흑백 처리한 디자인.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딱 어울린 듯싶다. 그런데 그 점 때문에 책이 더 딱딱하게 보인다. 고급스런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지인의 소개 때문이었다. 그가 없었으면, 표지만으론 내 독서 목록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내용은 겉표지와 달리 가독성이 높았다. 인문과학-교양 책은 세련되고 친절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을 위한 배려 차원이다.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가야 한다.

책의 메시지는 '6도가 높아지면 지구는 파멸한다'는 내용이다. 6도. 그리 대단한 온도인가. 저자 말대로 "6도 덥다는 뜻은 코트를 집에 두고 나오면 되는 의미"다.

왜 하필 6도인가.

책에 따르면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있다. 소위 온난화다. 유엔 산하 기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는 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온도가 6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이 점을 눈여겨보며 '수천수만'의 논문을 뒤졌다. 그렇게 해서 온도 상승별 지구의 모습을 예측했다. 그 결과는 악몽이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머릿속에는 이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줄곧 떠올랐다. 지구 어느 부분이 버려질 수 있고, 어느 부분이 살만한 곳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일종의 서바이벌 매뉴얼처럼 느껴지기 시작해서이다."

'6도 상승'의 의미를 알기 위해, 거꾸로 생각해보는 일도 재밌다. 즉 지구 온도가 6도가 낮은 상황은 어떨까 하는 점이다. 그런데 실제 지구엔 그런 역사가 있었다.

저자는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8천 년 전,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6도 낮았다. 극심한 추위 속에 인류는 거의 멸종할 뻔 했다."고 전한다. 때문에 '미래에 6도 상승할 경우 비슷한 결말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려한다.

책은 6도가 아닌 단 2도만 올라도 세상은 '지옥'이 된다고 말한다. 좀 더 과학적으로 이 말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1도부터 6도의 온도 상승에 따른 지구의 악몽 시나리오를 풀어헤친다.

온도가 올라가면 점차 날씨가 미쳐간다. 가뭄, 홍수, 산사태, 사막화, 해빙... 멸종... 물론 중간 중간 식물과 동물의 고통과 생명위협이 존재한다. 호주 퀸즈랜드 열대우림 지역의 경우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했다.

"단 1도만 상승해도 엄청나다. 65종의 생물 가운데 63종의 핵심적인 서식환경의 3분의 1을 잃었다. 맹꽁이 한 종은 멸종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맹꽁이 입장에선 1도가 생과 사의 문제다.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알긴 하지만 피부로 체감하진 못 한다"일 것 같다. 이와 관련 저자는 '티핑포인트'란 개념으로 심각성을 환기시킨다.

티핑포인트는 작은 변화들이 어느 순간 큰 변화를 만드는 걸 말한다. 철학에서 '양질 전환 법칙'과 비슷하다. 물에 열을 가하면 끓게 되고, 그 순간 액체는 기체로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마찬가지로 빙하는 어느 순간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대부분 기후 예측 모델은 '온난화가 일정한 단계를 넘어서면 북극의 빙하가 전부 녹아버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온실가스다. 지구 온난화의 핵심요인은 온실가스이고,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저자는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된다. 저자는 다급하다. 티핑포인트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일하다. 때문에 저자의 다음과 같은 '경종'이 사람들 마음을 울릴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간 때문에 지구 자연계의 생물종들은 자연스러운 멸종률보다 이미 수백 수천 배나 빠르게 멸종하고 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이 지구상에서 진화해온 생물 종들이 인간의 한 세대라는 시공간 속에서 영원히 파멸된다는 생각을 해보자."

뭔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만큼이라도 심각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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