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권-11] CEO여 동물로부터 지혜 배워라
[책읽기365권-11] CEO여 동물로부터 지혜 배워라
  • 김지우
  • 승인 2009.01.20 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욱 '십이지 경영학'...집필 아이디어 반짝

[북데일리] 나는 사물을 아이디어 관점에서 보길 즐겨한다.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음, 저 영화는 아이디어가 괜찮군. 기발해. 음, 이 음악은 어디선가 들은 듯 하군. 카피한 것 같아. 그런 식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그래. 호. 참 뜻밖의 발상을 하다니 아이디어가 참 귀엽군. 뭐 그렇다.

아이디어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 남들은 익숙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한번 해보면 세상 사는 일이 즐겁다. 그런 점에서 <십이지 경영학>(페이퍼로드. 2009)는 재밌는 아이디어로 만든 책이다. 이름 그대로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라는 동물의 특징을 분석한 뒤 장점을 추출, CEO에게 경영 기술을 제시한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커피숍. 친구와 대화

"내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 말야. 이런 책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십이지간 열두 동물이 있잖나. 나름대로 다 특징이 있지. 예를 들여 소는 우직하고, 쥐는 영리하고, 돼지는 복을 가져오고. 그렇다면 그 동물들의 장점을 경영에 활용하는 책은 어떨까. 재밌지 않을까"

아마 감각이 있는 친구였다면 "굿 아이디어"라고 해줬을 것이다. 일단 아이디어로선 흥미롭기 때문이다. 재밌는 사례를 잘 집어넣으면, 화제를 뿌릴 수 있을 터다.

실제 그랬는진 모르겠다. 책엔 집필 동기가 나와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젊은 CEO들이 경영의 숲을 보면서 나무도 함께 보도록 하기 위해 어떤 이야길 해야할까. 어떻게 한몫에 꿰뚫어 경영 환경을 이해하도록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으로 나는 십이지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바로 손욱 (주)농심 회장이다. '한국의 잭웰치'로 불리며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끈 CEO'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다.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저자. 이런 배경은 이 책이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 쓰인 '기획작품'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름에 걸맞는 정보와 통찰이 있어야 책을 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열 두 동물에서 크게 세 가지 경영 기술, 즉 생각의 기술, 혁신의 기술, 상생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독자를 위해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축인묘(쥐 소 호랑이 토끼)-생각의 기술-지혜로운 사고방식의 열쇠. 상황분석, 원인규명, 의사결정, 잠재문제 분석

2. 진사오미신유(용 뱀 말 양 원숭이 닭)-혁신의 기술-핵심 역량, 변화 관리, 인재 양성, 의사소통, 모방을 통한 창조혁신, 역할과 프로세스 혁신

3. 술해(개 돼지)- 상생의 기술- 신뢰 경영을 통한 나눔과 지속 성장의 해법

경제경영 책이 그렇듯 동물 별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호랑이 대목에선 쾌도난마의 결단력을 주문하고 있다. 호랑이처럼 CEO는 단호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건희 회장의 '스푼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1993년 이 회장이 그 유명한 신경영, 즉 '질 중심 경영'을 주창한데 대해 아랫사람이 간곡한 반대의견을 제시하자 '들고 있던 티스푼을 던지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일화다. 신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상징이다. CEO는 달릴 땐 거침없이 달려야 한다. 호랑이처럼.

'후안흑심'이란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낯이 두껍고, 심장이 시커멓다는 뜻. 성공전략 전문가인 중국계 미국인 여성 친닝추의 역작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후안흑심은 큰 일을 할 때는 작은 일에 연연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후안'은 남들의 부정적인 견해나 체면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방패다. 후안을 가진 이는 스스로에 대해 갖는 절대적인 자신감은 남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흑심'은 창이다. 흑심의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지녔다. 남들에게 어떤 결과를 줄지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하는 능력이 흑심이다.] P82

이건희 회장의 스푼 사건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론이다. 손욱 회장은 책을 통해 "후안흑심은 바로 내게 '성공한 혁신'의 영광을 맛보게 한 책"이라고 밝혔다. 1996년 당시 그는 삼성SDS 혁신을 위해 외롭게 투쟁할 때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상징은 용과 뱀이다. 하나는 '껍질을 벗거나 환골탈태'하는 변화의 상징이다. 용으로부터는 변화를 위한 핵심역량을 배울 것을 주문했다. 한 회사의 CEO로서 여의주는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여의주는 바로 핵심역량인 셈.

마지막으로 손욱 회장이 전하는 '조직에서 필수적인 3통'. CEO가 이루고 지원해야할 목표다. 젊은 CEO는 유념할 일이다.

1. 언통(言通) 말이 통해야 한다. 2. 지통(志通) 뜻이 통해야 한다. 비전을 공유해야한다. 3. 심통(心通). 마음이 통해야 한다. 서로 존경하고 존중받는 마음이다.

저자는 해마다 가을 무렵이면 이미 그 다음해의 띠 동물을 찾아보고 거기서 다가올 새해의 경영 전략을 짠다고 한다. 올해는 기축년. 저자 식으로 하면 소가 화두다. 당신은 올해 뭘 할 것인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