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2016년 최고의 화제작 ‘숨결이 바람 될 때’
[추천! 이 책] 2016년 최고의 화제작 ‘숨결이 바람 될 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2.2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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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지음 |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뉴욕타임즈 12주 연속 1위, 아마존 종합 1위, 전 세계 38개국 판권 수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2016 최고의 화제작’

모두 <숨결이 바람 될 때>(흐름출판.2016)를 향한 찬사다. 생을 열심히 내달려 의사 커리어의 절정이었던 서른여섯의 신경외과의가 암 선고를 받고 남은 삶을 살아나가는 자전적 회고록이다. 과연 저 찬란한 수식이 바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일까.

초반부의 느낌은 무겁기도 하다 한없이 가볍기도, 감동이 오다가 가버리기도 한다. 암 선고로 죽음을 마주했다는 사실은 무거웠으나 전도유망한 의사의 길고 착실한 리즈시절 회상은 이야기를 꾸려나가기에 필요한 대목이었다 해도 다소 지루하다.

중반을 거치며 비로소 ‘삶과 죽음’을 향한 실존적 문제를 탐구하고 의사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 유망한 의사에게 내려진 암 선고로 의사에서 암 환자로 자리가 바뀌면서도 삶에 좌절하지 않고 살아나가는 데 충실한 대목은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적이다. 이에 반해 암 환자이면서 동시에 의사이기에 나열되는 암에 관한 정보와 병증, 예후들은 감동의 맥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사람이 쓴 ‘일기’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의사와 암 환자를 오가며 사유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기술했고, 문학을 사랑하며 삶과 죽음을 향한 원초적인 탐구와 노력은 존경스럽다. 바로 이 지점, 그 문장 사이사이를 통해 의외의 것들이 독자에게 숙제로 남는 것이 이 책의 가치다. 폴이 끊임없이 고민했던 ‘직업과 나’ ‘나라는 정체성을 규정하는 모든 것들’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하는가’의 문제가 중후반으로 가면서부터 독자에게 그대로 이입된다.

암 선고를 받고도 수술방에 서기 위해 노력한 ‘의사’로서의 나를 포기하지 않은 그의 모습,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아이를 갖기로 한 결정,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등은 슬픔 말고도 다른 감정들을 끈질기게 끌어낸다.

재미나 흥미로의 책 읽기로 적합하지 않다. 1인칭 서술이 급작스럽게 끊기는 시점에 그를 응원하던 독자마저 불시에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불편한 요소다. 뒤이은 아내 루시의 에필로그도 인칭과 문체가 달라 감동을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도 추천 서적으로 꼽은 까닭은 폴, 그가 죽음 속에서도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했던 사람이라서다. 빨리 읽을 수 없는 책이지만 잊기도 쉽지 않다.

그의 의지는 책 속 사무엘 베케트의 한 문장으로 남았다. “I can’t go on. I’ll go on.”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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