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65권-3]천재와 범인, 종이 한장의 차이?
[1년365권-3]천재와 범인, 종이 한장의 차이?
  • 김지우 기자
  • 승인 2009.01.03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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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업적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그 비밀을 안다면 독자들은 실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대한 업적은 마치 마술의 트릭처럼 알고나면 신비감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제7의 감각>(비즈니스맵.2008)은 도전적인 주장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비밀은 바로 전략적 직관이다. 피카소로 풀어보자.

우린 웬만하면 피카소 작품을 보고 피카소인 줄 안다. 피카소를 피카소 답게 만든 그의 스타일은 1901년과 1907년 사이에 정립된 것으로 본다. 저자는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봤다.

그의 대표적인 걸작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 작품)을 예로 든다. 그런데 그 그림은 1906년 앙리 마티스가 그린 <인생의 행복>에 아프리카 조각상의 통합한 이미지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식민주의 전성기였던 당시, 아프리카 미술은 유럽으로 많이 수출됐으며, 특히 아프리카 조각상은 왜곡된 형태를 통해 위대한 미를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마티스의 그림 역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탄생했다. 저자의 주장.

"피카소는 섬광과 같은 통찰력을 얻었다. 그 깨달음의 타이밍은 그가 결합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는 마티스가 그린 <인생의 행복>과 아프리카 조각상을 결합했다. 결과적으로 획기적인 걸작이 탄생했다. 바로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피카소는 분명히 위대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가 본인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게 된 것은 바로 '전략적 직관' 때문이다. 전략적 직관은 섬광과 같은 통찰력으로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전략적 직관은 어느날 우연히 탄생하긴 하지만, 기존의 요소들이 결합됨으로써 등장한다.

책에선 비슷한 사례로 MS를 만든 빌 게이츠와 친구 폴 알렌 그리고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사례를 추가한다. 이를테면 게이츠와 알렌의 마이크로 소프트 신화는 네 가지 기존요소, 즉 '알테어, 8080칩, 베이직, PDP-8'의 결합으로 탄생한 것이다. 알테어는 빌 게이츠가 MS를 만들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작은 컴퓨터였다. 게이츠는 잡지에 실린 그 그림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제 전략적 직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점으로 관심이 모아진다. 즉, 천재들의 통찰력을 만든 이 전략적 직관은 대체 어떻게 이뤄지나이다. 우연히 생기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까. 일단 잠깐 화제를 돌려보자. 다음을 읽어보자.

A : 내가 나 자신을 믿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 뒤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B : 내가 기회를 위해 준비하고, 그 기회를 보고 행동한다면 나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여러분은 A나 B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고 신뢰하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A라고 답할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전략적 직관은 A가 아닌 B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B가 A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우리의 기존 관념, 혹은 많은 책에서 부르짖는, '꿈의 공식'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꿈을 꾸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믿고 있지 않는가.

저자는 콜럼버스와 케네디를 들어 설명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그로 인해 사상 최초의 위대한 아메리칸드림의 영웅이 되었다. 바로 A의 대표적인 사례다.

애당초 콜럼버스의 목표는 일본이었다. 그런데 당시 선박 기술론 항해에 필요한 기름과 식량을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꿈이었다. 콜럼버스는 아주 우연히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뿐이다. 따라서 A는 어불성설이다. 콜럼버스처럼 우리는 우연을 믿고 인생을 투자할 순 없다.

케네디를 보자. 케네디 역시 달탐사라는 불가능한 꿈을 꿨고, 나중엔 이루었다. 케네디도 미국의 영웅이 됐다. 하지만 케네디가 달 탐사에 성공했다고 해서 A의 명제가 맞는 것은 아니다.

왜냐? 그는 불가능한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알고보면 기존의 최적 요소를 결합해 도달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 이미 다져진 토대를 이용해 로켓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케네디가 대통령에 되기 전에 이미 NASA는 달 착륙 계획이 있었다. 즉 케네디 사례는 B에 해당된다. 즉 전략적 직관이 이뤄낸 것이다.

그럼, 전략적 직관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야심찬 꿈이 아니라 특정한 기회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가 원한다고 진전이 오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기회를 붙잡아야 발전이 따라온다. 즉 전략적 직관은 과거의 요소들로부터온다. 요소들 없이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 내가 읽은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전략적 직관은 갑자기 온다. 그런데 그것은 알고보면 기존에 있는 '업적이나 발명' 등의 요소로부터 온다. 어느날 갑자기 섬광처럼 통찰력이 생겨 기존 요소들을 확 결합시켜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역으로 우리는 기존 요소를 잘 버무려 기회를 엿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전략적 직관이 섬광처럼 번뜩이고,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좀 냉소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다음과 같은 주장도 가능하다. 위대한 업적은 단지 두뇌가 기존 '업적'들을 결합한 결과물일 뿐이다. 심지어 훔친 결과이기도 하다. 피카소는 마티스를 훔쳤고, 세익스피어는 크리스토퍼 말로를 배꼈다. "미성숙한 시인들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들은 훔친다."는 T.S. 엘리엇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 : 대략 4시간 정도.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마침. [김지우기자 dobe0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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