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65권-2] 지혜를 향한 여행-젊음의 탄생
[1년365권-2] 지혜를 향한 여행-젊음의 탄생
  • 김지우
  • 승인 2009.01.02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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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무릎을 치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이어령 선생의 '젊음의 탄생'을 읽은 적잖은 젊은이들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정보와 지식,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혜안을 지닌 이어령 선생의 책이니 두 말하면 뭐하랴.

'젊음의 탄생'은 올 4월에 출간되어 여름에 10쇄를 넘겼다. 아마 작년 말에 그 두배를 넘지 않았나 싶다. 책은 출판불황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책들 중에서 몇 안 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서울대 입학식 때부터 전주곡이 울렸다. 동요 '떳다 떳다 비행기'를 통해 학생들 웅지를 북돋는 맛깔스런 격려사로 요리한 솜씨는 탄성을 자아낼 만 했다. 4행에 불과한 이 동요에 '뜨는 것'과 '나는 것' 그리고 '높이 나는 것'의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인식과 사유는 탁월했다.

책은 총 9개의 아이콘을 던진 뒤 함축된 메시지를 향해 종횡무진 지적 여행을 한다. 첫 장선 '카니자 삼각형'을 통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가상공간이야말로 거침없는 상상력이 뜨고 날고 춤출 수 있는 창조적 지성의 인큐베이터'라고 말한다. 카니자의 삼각형은 지면으로 옮기기 힘든데, 삼각형이 없는데도 삼각형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는 모형이다.

창조적 지성의 중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연과 비행기, '갈루아의 5차방정식' 그리고 심지어 비닐하우스와 인삼밭이 동원된다. 그리하여 대학은 젊은이들이 높이 날아올라야 할 창조적 상상력의 하늘임을 역설한다.

9개 챕터 가운데 '개미의 동선'이 흥미롭다. 개미는 먹이를 찾아 현기증 날 정도로 이리저리 헤맨다. 5백원짜리 동전 크기 안에서 지그재그 혹은 우왕좌왕하며 미로를 찾듯 혼란스런 동선(곡선)을 그린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건, 먹이를 찾았을 때엔 곧장 최단거리의 직선으로 집을 향해 온다는 사실이다. 이어령 선생은 이 개미의 동선처럼, 젊은이들은 진리를 찾아 끝없는 도전과 탐색 열정을 가지라고 권한다. 그 과정에 길이 있으며, 결국 개미처럼 최단로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틀에 박힌 입시공부 속에서 새로운 꿈을 찾아야 할 젊은이들이 읽어보며 곰곰이 사유해볼 텍스트로 손색이 없다. 한편으로 책엔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들어있다. 이중 두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늘에 날리는 연은 나라마다 모양이 다른데,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연은 딱 하나 한국의 연이다. 배꼽에 구멍이 나 있기에 바람을 조절하며 양력을 자유롭게 이용해 날아다닐 수 있다. 반면 일본 연은 뜨지만 날진 못한다. 따라서 한국은 연을 날린다고 표현하지만 일본은 연을 띄운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 갈루아는 '마의 5차방정식' 답안을 제시했다. 4차방정식까지는 해법이 있다. 그러나 5차방정식엔 그것을 푸는 어떤 공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갈루아는 바로 그 사실을 증명했다. 불행히도 그는 21살로 삶을 마쳤다.

개인적으론 보들레르의 다음과 같은 시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대학 땐 세상에 대해 새삼스레,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미쳐야 한다. 바로 이 시처럼.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으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시오.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당신이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시오. 쉬지 않고 취하시오!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샤를 보들레르의 '취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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