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65권-1]금 간 삶,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1년365권-1]금 간 삶,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 김지우
  • 승인 2009.01.01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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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낯설고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

[북데일리]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청림출판.2008)은 무엇일까. 어떤 삶일까. 미소를 짓고 있는 아줌마 사진과 책 제목은 아주 잘 조화를 이룬다. 책의 뒷 겉표지에 소개한 글은 또 어떤가.

"모든 것엔 금이 가 있다. 빛은 거기로 들어온다."-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작가 앤 라모트의 남다른 행복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작가의 행복에 대한 단상들로 채워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느낌은 첫 페이지(9p)를 넘기면서 생경한 상태로 바뀌다가 열 장쯤 넘어가면 "이게 아닌데..."하는 실망감으로 변모한다.

[블랙베리 덤불 뒤편은 아이들의 비밀스런 놀이터였다. 그곳에서 여자아이들은 나이 든 남자 아이들에게 팬티를 벗어주곤 그 대가로 야구 카드라든가 막대사탕 따위를 얻었다. -9p]

이 대목은 이 책이 매우 특이한 경험을 담고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동시에 자전적 에세이라는 사실, 그리고 매우 솔직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세가지는 딱 맞았다.

작가가 살아온 삶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마약, 알콜 중독, 자유분방한 성관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다. 고상하고 달콤한 행복 이야길 상상했던 이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외롭고 가난한 영혼의 방황은 다음 대목에서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와 작가의 친구 패미의 집은 또다른 친구 셸리에 비해 불행했다. 셸리의 엄마인 리 아줌마는 너무나 다정스럽고 지혜로운 여자였다. 작가는 그녀의 따뜻한 사랑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패미와 나는 햇볕 쨍쨍한 바위에 달라붙은 도마뱀들처럼 리 아줌마의 사랑을 쬐었다.'

햇살 아래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달콤한 행복함. 반쯤 눈감은 도마뱀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저절로 그려지는 장면이다. 책은 시종 저자의 충격적인 삶과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깨달음, 감수성이 롤러코스터 마냥 이어진다. 특히 갓 서른을 넘긴 친구와 종양으로 숨진 아빠의 죽음에 이르러서 절정을 이룬다.

작가에게 사랑했던 아빠와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를 사랑했다. 죽은 아빠의 모습이 자꾸 남자의 모습에 겹쳐졌다. 그 속에서 슬픔을 느낀다. 딸에게는 아빠만이 채워줄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좌절이 그야말로 뼈아픈 좌절이 된다.'고.

어느날 남자와 헤어진 후 작가는 깨닫는다.

[바로 그때, 나는 밤하늘을 비추는 불빛만큼이나 명료하게 깨달았다. 내가 애타게 바라고 있는 남자는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찾고 있던 남자는 죽었다는 것을.  가혹했다. 정말로 지독했다. 그 느낌이 어찌나 적나라하던지 지금 막 수화기 저편의 동생에게서 아빠가 돌아가졌다는 얘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슬픔이 복받쳐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아빠의 사랑을 더는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 비통한 심정으로 어찌 살아갈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p232]

아마도 부모님을 잃어본 이들은 작가의 이 뼈아픈 토로에 눈물 그렁인 채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책은 몸으로 쓴 자전적 행복론이다.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이 주는 메시지 '모든 것엔 금이 가 있다. 빛은 거기로 들어온다.'는 말을 실감한다. 어쩌면 일본 작가 유미리를 떠올리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유미리가  좀 더 나이들면 비슷한 책을 내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앤 라모트는 미국에선 제법 유명한 작가인 모양이다. 언론에서 다룬 서평 중 이 책과 꼭 맞는 것은 아래인 듯 싶다.

[이 책을 한권의 책으로 생각하지 말라. 한밤중에 걸려와 당신을 깨우는 일련의 전화로 생각하라. 당신의 가슴에 응어리진 몇몇 문제들에 묘하게 들어맞는 열쇠를 제공하는 고백록이다.-보스턴 피닉스> [김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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