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바꾼 남자` 카라오케 발명가의 비애
`밤을 바꾼 남자` 카라오케 발명가의 비애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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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평화상 수상자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밤을 바꾼 남자, 이노우에 다이스케(井上大佑. 65)가 수상했다.

`이그 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과학잡지인 `황당연구 연보(AIR)`가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이다.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10월 노벨상 발표에 앞서 평화 사회학 물리학 문학 생물학 의학 수학 환경보호 부문 등 총 10개 분야에 수여된다.

이노우에의 수상 사유는 `카라오케`를 발명해 사람들이 서로(의 소음공해를) 너그럽게 참아낼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작가 오오시타 에이지가 펴낸 <카라오케를 발명한 남자>(河出書房新社. 2005)는 이노우에 다시스케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결과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세계관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 보여주고 있다.

이노우에는 원래 오사카 태생으로 야간업소에서 손님들의 유흥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던 원밴드 맨이었다. 음악적 재능은 높지 않았지만 다양한 실력의 손님들을 위해 노래반주를 할 때 음치에게도 템포와 음정을 잘 맞추는 연주로 인기가 높았다.

어느 날, 잘 알고 지내던 한 중소기업 사장이 지방출장 갈 일이 있다며 이노우에의 연주로 노래도 하고 싶다고 동행을 요청했다. 사정상 참가하지 못했던 그는 대신 테이프에 노래반주를 녹음해 줬다. 출장을 다녀온 사장은 기뻐하며 진짜 옆에서 해주는 반주같아서 노래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이 말을 들은 이노우에는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노래반주를 녹음한 테이프를 앰프에 부착했다. 그리고 1971년 1월 `8주크`라는 이름의 세계 첫 카라오케가 탄생했고 가라오케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밤을 제패했다.

세계적인 히트상품 카라오케로 일약 백만장자가 됐을 것 같지만 흥분에 들떴던 이노우에는 그만 특허신청을 하지않아 특허권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자신의 카라오케 회사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고 거액의 빚더미에 앉게 됐다.

대신 예의 그 낙천적인 성격으로 오히려 세계를 매료시킨 이노우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을 끼친 아시아의 20인` 중 한사람이 됐다.

영광과 좌절, 그야말로 새옹지마의 인생이지만 이노우에가 열정을 쏟는 사업에 대한 의욕은 여전하다. 현재는 애완동물 관련사업을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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