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출판계 화제와 이슈들
2008년 출판계 화제와 이슈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2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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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논란, 문단 거목들의 타계, 소설의 변신...

[북데일리] 작년 겨울, 동네에 서점이 생겼다.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지역의 지하에 터를 잡은 작은 서점이었다. 가끔씩 들러보면 늘 한산했다. 주인만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가 많았다. 1년도 채 못 된 지금, 서점은 문을 닫았다. 폐업이다.

2008년은 그 어느 때보다 흉흉했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경제위기는 분야를 막론하고 공포를 불렀다. 출판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출판사의 매출은 30~50%가 줄었고, 올해 신간 발행부수는 작년보다 20% 정도 감소했다. 감원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책은 안 팔리고, 만들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늘 되풀이 되는 말, 바로 ’출판계의 위기‘였다.

어려운 시절 2008년, 그래도 책은 나오고 관련한 여러 일이 벌어졌다. 각각의 일은 불황과 관계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불황과 싸우던 과정에 혹은 피하던 차에 발생하기도 했다. 2008년 출판계 이슈를 모았다.

▲불온서적 논란

불온서적 논란은 출판계 뿐 아니라 2008년 문화계 최고, 최악의 사건이라 할만하다. 지난 7월이었다. 국방부가 <소금꽃나무>, <우리들의 하느님> 등 23개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군부대 내에서 금서조치를 내린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출판계는 물론 학계, 시민단체 등이 들고 일어났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온서적 명단에는 대학교재, 각 매체의 추천 도서, 베스트셀러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불온서적 논란은 출판계를 도와주는 꼴이 됐다. 불온서적 딱지가 붙은 책을 독자들이 찾아 읽기 시작했던 것. 예를 들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판매가 급증해 때 아닌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등극하기도 했다. 불온서적 출판사로 찍힌 출판사들은 광고에 ‘불온서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축에 들지 못한 출판사들은 ’왜 이 책은 불온서적에 포함시키지 않았냐‘는 투의 장난스런 광고를 내기도 했다. 각 서점은 불온서적 특별전을 마련해 톡톡히 수입을 올렸다.

▲박경리, 이청준...문단 거목들과의 이별

5월 5일 어린이날, 문학팬들은 큰 슬픔에 잠겼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한국 문단의 거목 박경리가 82세로 타계한 것. 거인의 죽음에 너나 할 것 없이 조서를 띄었다. 언론은 박경리의 삶을 조명하고 그의 죽음에 비통해 했다. 독자들은 저마다의 추억 어린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7월 31일에는 <당신들의 천국>을 쓴 이청준이 세상을 떠났다. 역시 대대적인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특히 영화 ‘서편제’의 원작자로 이청준을 기억하는 네티즌들은 서편제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슬픔을 나눴다.

두 작가는 유고작을 남겼다.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와 이청준은 <신화의 시대>가 각각 출간됐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의 경우 베스트셀러에 올라 고인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소설의 변신은 무죄, 영화와 드라마로 큰 인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스크린을 활보했다.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는 드라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이지민의 <모던 보이>는 이청준의 단편 <조만득씨>, 윤성희의 단편 <그 남자의 책 198쪽>이 영화로 변신했다. 외국 작품 중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다이라 아즈코의 <멋진 하루> 등이 영화로 제작돼 관객과 만났다.

이들 작품 중 <바람의 화원>, <달콤한 나의 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드라마와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외수 신드롬

2008년 이외수의 인기는 가히 ‘아이돌급’이었다. 한 방송사의 인기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좌급’ 입담을 과시하면서 전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이후 그는 시트콤, CF 등에 출연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낸 산문집 <하악하악>은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16주 연속 지켰고, 지금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공지영 파워‘의 재확인

‘공지영 파워’라는 말이 있다. 소설가 공지영이 쓰면 팔린다는 뜻으로 작가의 인기를 반영한 표현이다. 올해에도 공지영 파워는 여전했다.

그녀는 작년과 올해 선보인 책 3권을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다. 이 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즐거운 나의 집>은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동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소설가 조경란 <혀> 표절 논란

올 가을 조경란의 장편 <혀>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신인 주이란이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 ‘혀’를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조경란이 표절했다며 저작권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이 일은 ‘조용히’ 묻혔다. 문단은 물론 소위 주류언론이 침묵했기 때문이다. 주이란 측만 인터넷신 프레시안의 기고를 통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조경란 측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조경란은 저작권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으며 끝내 입을 다물었다.

▲문학행사의 끝 모를 진화

작가가 나와 작품을 낭독하고 독자와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판에 박힌 문학행사는 옛말이 됐다. 초대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흥을 띄우는 것도 이제 흔한 방식이다. 문학행사는 다양한 형식의 공연으로 진화했다.

작가들의 작품은 노래, 연극, 마임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변신을 꾀했다. 한 공연에서는 한국 문학의 역사를 탭댄스와 영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시와 소설의 주인공, 소재는 더 이상 책 속에 머물지 않았다. 무대 위로 올라와 독자와 소통했다.

▲인터넷에 둥지 튼 작가들

지난해 박범신의 <촐라체> 인터넷 연재를 시작으로 작가들의 인터넷 진출이 본격화 된 한 해였다. 박범신의 바통을 이어 받은 작가는 황석영. 그는 포털 네이버에 <개밥바라기 별>을 연재하며 큰 호응을 끌어냈다. 연재 후 나온 책은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 정이현은 인터넷 교보문고에 <너는 모른다>를 공지영, 이기호는 포털 다음에 <도가니>, <사과는 잘해요>를 연재 중이다.

▲작가로 활동 영역 넓힌 스타들

연예인들이 책을 내는 건 늘 있었던 일. 올해는 유독 많은 연예인들이 책을 내고 반응도 좋았다. 특히 눈길을 끈 스타는 가수 타블로다. 그의 소설집 <당신들의 조각들>은 예약 판매 1위를 차지했고, 출간 후에도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그 외에 신해철의 <쾌변독설>, 션-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 박경림의 <박경림의 사람>, 신현준의 신앙에세이 <고백>, 현영의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 김래원의 <김래원이 차리는 진수성찬>, 배두나의 포토에세이 시리즈 등이 나왔다.

▲서점가 주름 잡은 광우병, 촛불, 오바마

올해에는 굵직한 시사 이슈와 관련한 책이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촛불집회 전후로 광우병을 비롯한 먹거리 안전에 관련한 책이 인기를 끌었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네티즌들의 글을 모은 책도 출간됐다. 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의 삶을 다룬 책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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