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홍길동이라는 민중 영웅을 만들어낸 시대의 이야기
'역적', 홍길동이라는 민중 영웅을 만들어낸 시대의 이야기
  • 김경욱 기자
  • 승인 2017.01.3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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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경욱 기자] MBC 새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연산군 시기는 어떤 시대였을까?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이하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다. 허균의 '홍길동전'처럼 신출귀몰 영웅이 아닌 인간 홍길동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 (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첫 회에서는 오프닝부터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홍길동(윤균상 분)과 폭군 연산(김지석 분)의 대립,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장녹수(이하늬 분)와 길동의 연인 송가령(채수빈 분)의 모습이 강렬하게 등장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궁금함을 더했다.

대를 이어 노비의 운명을 타고난 홍길동은 아버지 길모개(김상중 분)로부터 천한 이름이 아닌 '길동'이라는 이름을 받으며 사랑을 받았다. 어린 시절 소년 장사의 면모를 보였지만, 아버지에게 꾸짖음을 당해야했다. 문벌을 형성한 지배계층은 용력이 출중한 천인 사내들을 경계했다. 그 이유는 힘센 천인 사내들이 자신들을 해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조선왕조 역시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창업한 이후 100년을 넘어가면서 신분제가 고착화됐다. 장영실과 같은 비천한 신분도 높은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던 초기와는 달리 세종 대를 거치면서 신분이 결정되고,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하면서 공신들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정도전이 주장했던 신권정치는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변질돼 버리고 말았다.

정도전이 생각했던 것처럼 신하들이 바른 뜻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어가면 좋겠지만 왕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신하들은 사리사욕을 채웠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가담해 권력을 얻게된 공신들은 이후 예종, 성종 대를 거치면서 거대한 권력을 형성했다. 이들의 권력은 왕조차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신하들의 권력이 강력해질수록 백성들의 삶은 고달파졌다. 백성들 중에서도 신분이 가장 낮았던 천민들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여기에 연산군의 폭정이 더해지면서 백성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연산군은 아버지 대에 충성한 신하들을 숙청하면서 자신에게 충성하는 신하들에게는 막강한 권한을 줬다. 연산군 시대 대표적인 간신 임사홍이 바로 그다.

임사홍이 연산군에게 충성하기 위해 아들 임숭재와 채홍사로 나라의 미녀들을 닥치는대로 수집한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뿐만아니라 쾌락과 놀이에 탐닉했던 연산군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많은 백성들이 희생돼야 했다. 결국 연산군의 폭정과 신하들의 전횡은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킨다.

홍길동이 연산군 시대에 난을 일으킨 도적 떼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돼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조선 중기의 문인 허균은 홍길동을 조선의 슈퍼 히어로로 재탄생시켰고,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이후 조선왕조를 거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석자가 됐다.

민중 최초의 영웅 홍길동은 왜곡된 시대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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