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 코스 놔두고 구불구불 지하철 노선 '왜?'
직선 코스 놔두고 구불구불 지하철 노선 '왜?'
  • 강병조 인턴기자
  • 승인 2017.01.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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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발견>정석 지음/메디치

[화이트페이퍼=강병조 인턴기자] 지하철 노선은 왜 마을버스처럼 구불구불 돌아서 갈까. 언제부터 역 이름에 대학명칭을 넣었을까. 이 물음의 해답을 찾으려면 먼저 정치를 살펴야 한다.

지하철 노선은 사실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략의 결과물이다. 지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지하철역을 늘리고 심지어 본래 방향까지 뒤틀어 버린 탓이다. 예컨대 3호선 일산 신도시에서 성남까지 실제 거리는 38킬로미터다. 하지만 지하철 거리는 이보다 1.5배나 더 긴 57킬로에 이른다. 선거철에 내뱉은 공략을 무분별하게 이행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명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힘이 작용한다. 대학교 이름이 들어간 역들이 대표적이다. 서울대입구, 동대입구역처럼 처음부터 역 이름으로 된 곳도 있지만, 미아역(서울사이버대학)처럼 나중에 병기된 경우도 있다. 해당 지역 주민과 대학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충돌돼 빚어진 사태다. 최근에는 지하철 공사가 나서서 역 이름을 판매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네티즌들 사이에선 역 이름을 비꼬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구룡, 개포동, 대모산입구 역은 과도한 지역 이기주의라는 의미로 ‘강남 3리(里)’ 역이라고 불린다. 구간 길이도 짧고 이용률이 가장 낮은 구간임에도 지역민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종각역은 모 기업이 지하공간을 내줄 수 없다는 이유로 급격하게 선로를 꺾은 탓에 ‘종각 드리프트’역이란 오명을 썼다.

지하철역의 위치와 밀집도를 보면 그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달리 공적 시스템은 명확한 기준 갖고 구축해야한다. 문어발처럼 얽히고설킨 지하철 노선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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