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기우는 달과 같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차고 기우는 달과 같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1.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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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입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예술로 밥을 먹고 살기는 쉽지 않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는 필수다. 1986년에 완공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86년 8월 19일에 개관 30주년 특별전으로 시작된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전시가 올해 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 특별전은 ‘주기적으로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달과 같이 작품을 하나의 생명주기를 가진 생명체로 보고 마치 달을 탐사하듯 예술의 기원과 해석, 생애와 운명의 비밀을 좇아가는 경로를 보여주고자 기획’ 됐다.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진 전시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세 개의 주제인 ‘작품과 해석’, ‘작품의 순환’, ‘작품의 발견’을 만나게 된다. ‘확장’과 ‘관계’로 구성된 1층은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들이 협업을 통해 기존 작품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먼저 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한가운데에 위치한 백남준의 비디오탑 ‘다다익선’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한국의 탑 형식을 빌려 만든 것으로 1,003개의 TV모니터에서 다양한 비디오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이 작품에 이승택 작가가 ‘떫은 밧줄’이라는 제목으로 밧줄을 얼기설기 묶어 놨다. 평소 바람, 불, 연기 등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던 이작가는 묶는 행위를 통해 ‘무속과 비조각의 만남’을 이야기 한다. 결국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토피아적인 이상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

<1층에 전시된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이승택의 '떫은 밧줄'>

2층은 작품의 이력에 관한 전시다.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창작되고 어떻게 미술관에 전시되는지를 보여준다. 권진규 작가의 ‘두상’ 작품을 통해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이건용 작가의 ‘신체적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작품의 뒷면까지 감상하는 식이다.

<권진규의 '두상'을 설명하는 도슨트>

특히 이곳에 전시된 박래현 작가의 ‘노점’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이것은 1956년 ‘제5회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한국전쟁 당시 피난생활을 하며 그려졌고, 일제의 잔재를 벗어난 새로운 기법이 돋보인다. 박작가는 운보 김기창 화가의 부인이기도 하고, 이 작품은 과천 국립미술관에서 최초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라 더 각별하다는 설명이다.

<박래현의 '노점'>

3층 ‘작품의 발견’에서 고낙범의 ‘포트레이트 뮤지엄’이란 작품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작품 속 한 부분을 캔버스에 표현하고, 그 중 7가지 색을 뽑아내 추상회화 같은 작품을 만든 것. 작품을 벽에 거는 대신 전시장 공간 속에 캔버스를 설치해서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감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낙범의 '포트레이트 뮤지엄'의 일부 작품들>

전시를 해설해 주는 전문가(도슨트)들이 낮 12시부터 4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각 층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려준다. 이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곳은 미술관 뿐 아니라 주변에 동물원과 놀이동산까지 있어 즐길 거리가 많다. 특히 안쪽 깊숙이 자연 속에 자리한 미술관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어 느린 속도로 여유 있게 가는 게 좋다. 미술관에서는 이번 특별전 이외에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니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혹은 마음 맞는 친구나 연인끼리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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