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금융토크] 뛰는 IT기술 위에 나는 '주식시세조종'
[WP 금융토크] 뛰는 IT기술 위에 나는 '주식시세조종'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7.01.11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시장 교란, 고도 수법 진화돼...증빙 어려워"
▲ '주식 시세 조종' 수법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과는 달라지고, 더 교활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 종사자들이 일으키는 자본시장 교란은 더욱더 씁쓸합니다. (사진=픽사베이)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자본시장의 '시세 조종 수법'이 갈수록 교활해지고 있습니다.

전날(10일) 금융감독원은 '주식 투자 시 주의해야 할 5가지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돌아다니는 호재성 정보에 혹했다가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될 수 있어 투자 유인 사례에 주의해야 한다'는 글귀가 눈에 띱니다.

■ 자본시장 어지럽히는 주식 시세조종, 30%대 비중 유지

가령, 사기 집단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투자실적을 과시하며 운용을 맡기라고 권유한 뒤, 약속된 수익 달성을 위해 일임받은 증권계좌를 주가조작에 이용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증권범죄에 끈이 닿을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불공정사건 중 시세조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1%, 2014년 36.3%, 2016년 30.6%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계속 30%대입니다. 보통 불공정사건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이 논란거리나 기사화가 자주 되지만, 못지않게 시세조종도 자주 일어납니다.

■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 취하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최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2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기금의 위탁운용을 맡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코스피 5개 종목을 대상으로 시세조종을 벌여, 연기금이 430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시세조종은 주식시장 외에도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0년 일어난 도이치은행과 증권사 임직원의 코스피200 시세 조종입니다. 당시,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 사이에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4000억원의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10분 사이 KOSPI 200지수가 2.79% 떨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임직원과 한국도이치증권 파생상품 담당 임직원이 사전에 공모한 이후 일어났습니다. 사전에 보유한 KOSPI 200 구성종목 199개 주식을 직전가 대비 약 8% 낮은 가격으로 총 7회 분할 매도해 총 448억 7,873만원이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사건은 연루된 직원들이 6개월 영업정지나 정직처분을 받고 끝이 났습니다.

개인투자자 유혹, 5개 종목 매매, 7회 분할 매도 수법. 쓴웃음이 납니다. 안타까운 것은 고객을 위해 뛰어야 할 증권업계, 자산운용업계 종사자들이 오히려 발벗고 나서 자본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 증빙 어렵고, 전과 달라지는 수법 "10배 벌금 물려야"

인터넷과 시장 감시 기능이 발전해 시세조종 적발이 편해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시세 조정 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공개하면 범죄자들은 그걸 피해서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나가는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의심데이터를 역추적하는 시스템이라 발견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본인 계좌가 아니라 제3자 계좌로 연결해 시세조종을 했을 때도 의심사례를 증빙하기 어렵습니다.

모니터링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한두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죠. 보통 가격이 이상하게 급등하거나, 거래가 이슈가 없는데도 가격이 폭락하거나, 갑자기 물량이 몰리면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미세하거나 조금 오르면 사실상 적발이 안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합니다.

근절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패널티를 세게 가하는 방법이 가장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적발이 되면 거둬들인 이익의 10배를 패널티로 매겨, 심하면 파산 지경까지 몰리도록 해 뿌리부터 싹을 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인들보다 자본시장의 허점을 더욱 잘 꿰뚫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수법이 더 다양해지고 세밀해질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 임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사전 예방', '사내 강력한 처벌'이 절실해 보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