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영화감독 `무라카미 류`
[기자회견]영화감독 `무라카미 류`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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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권의 소설책과 에세이집을 펴낸 도발과 저항의 일본작가 무라카미 류(53)가 소설가가 아닌 `영화감독`의 이름으로 전격 내한했다.

17일 오후 6시 서울 씨네큐브에서 가진 자신의 1992년 작품인 영화 ‘도쿄 데카당스’의 기자회견에서 무라카미 류는 쏟아지는 질문에 시종일관 예민한 표정과 진지한 태도로 답했다.

영화의 원작은 자신의 소설인 <토파즈>(동방미디어. 1999)다. SM클럽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12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원작에서 4가지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노골적인 성묘사, 적나라한 표현 등으로 6번의 심의 끝에 4년 전 국내 수입된 이 작품이 이제야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심의를 거쳐 6분 8초가 삭제된 107분 버전으로 개봉된다. 소설은 88년에 쓰여 졌고 영화는 1992년에 만들어졌으니 너무 ‘늦게’ 도착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무라카미 류는 “이작품은 일본에서도 개봉하기 힘들었던 작품이다. 극장잡기가 너무 힘들었고 반발도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포스터를 보니 실감이 난다”며 벅찬 소감을 드러냈다.

그의 소설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각종 문화코드를 소설 안에 배치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매력 때문에 일본의 많은 감독들이 그의 작품을 영화화했다.

영화 ‘러브엔코어팝’, ‘오디션’, ‘69’등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소설 <69>(작가정신. 2004)를 영화화 동명영화에 대해 “내가 고등학생이던 60년대를 그린 원작을 영화로 만들 경우 시대적인 상황묘사가 걱정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며 "분위기를 너무 잘 살려준 작품을 보며 상상 이상으로 작품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79), ‘래플스 호텔’(89), ‘교코’(2000)등을 직접 영화로 만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소설가`로 불리길 원한다.

무라카미 류는 “2000년 이후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 앞으로는 소설에만 집중할 생각이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소설가와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비교하자면 어느 정도 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소설가를 100점으로 하자면 영화감독은 70점쯤 되지 않겠느냐”며 “소설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 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를 글이나 영상으로 진행할 뿐 의도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류는 한국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영화를 볼 때는 소설가보다는 영화감독으로서 보게 된다. 한국영화는 기본적으로 연출이 훌륭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며 전체적으로는 차분하게 무언가를 억제하는 느낌을 받는다. 절제돼 있는 한국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존경과 경의를 가지고 한국영화를 보고 있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의 원작인 <토파즈>의 후기에서 무라카미 류는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것은 옷, 혹은 보석 그리고 프랑스 레스토랑과 같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나고 또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나는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이 전부 잃어버린 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니라 곧 희망으로 변화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싸워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라카미 류의 작지만 다부진 체구와 강한 눈빛이 소설 속 인물들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배반하는 듯한 강인함을 풍겼다. 영화는 오는 12월2일 개봉될 예정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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