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도 면죄부` 20세기 야만의 유럽
`학살자도 면죄부` 20세기 야만의 유럽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6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저항, 비판 정신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토) 7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내린 2005 아시아 기자포럼의 이슈는 전쟁을 비롯 부패한 정권과 왕실, 범죄조직 등에 대한 취재로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는 아시아기자들의 처절한 취재현장과 기자정신이었다.

왕과 왕족에 대한 비판기사를 쓴 기자 152명 모두 체포된 네팔, 부패 권력에 대한 고발로 86년 이후 60명이 넘은 기자들이 살해당한 필리핀 등 목숨을 건 취재전선에서 아직도 기자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자란 무릇 적을 향해 돌진할 줄 아는 시대의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책 <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야만의 기록>(미래의창. 2002)은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으로 2년간 보스니아 전쟁을 취재한 피터 마쓰(45)가 글로 쓴 전쟁 다큐멘터리다.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참상의 한가운데 선 저자는 전쟁을 야기한 문명사회에 똬리 튼 인간 내면의 야수성을 고발하고 이를 이용한 정치가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야만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선동자들에 의해 분열될 수 있는 수많은 틈새가 있다”

전쟁 와중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 사라예보의 한 부부가 각각 다른 성당으로 미사를 보러간다. ‘다른 성당신부의 미사를 듣기위해?’ 아니면 ‘부부싸움을 해서?’ 이유는 단 한가지. 폭탄을 맞아 죽게 되더라도 아이들이 고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야만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보스니아 전쟁에서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적이 되어야 하는 순간, 서방 강대국은 유화정책을 통해 `전범` 밀로세비치의 손을 들어줬다. `인종청소`의 학살전쟁이 서방 지도자들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저자는 “평화는 두꺼운 조약이나 군대가 아니라 바로 정의에서 나온다”고 역설한다.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고 16살 때부터 기사를 썼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씨알`의 힘을 믿고 민중들의 정신을 일깨웠던 함석헌 선생 등 진실을 기록하는 목숨 건 싸움으로 아직까지 정의는 살아 숨쉬고 있다.

`추모 - 우리의 책임, 원칙, 도덕적 가치 1994년 보스니아에서 사망함. 사라예보 포위 1000번째 날에` (서방세계 정계 및 문화계 지도자 70명 이상이 서명한 뉴욕타임즈 부고란에서)

(사진 = 사진작가 나이젤 디킨슨이 94년 보스니아내전 당시 찍은 흑백사진 작품, 출처 http://nigeldickinson.com) [북데일리 김지환 객원기자] art1010x@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