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이음악]⑭이외수-산타나 '대박의 공통점'
[이책엔이음악]⑭이외수-산타나 '대박의 공통점'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29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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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빚어낸 베스트셀러 '하악하악'과 'Supernatural'

[북데일리] 연말이면 으레 쓰는 기사가 있습니다. ‘00년도 출판계 10대 뉴스’같은 기사죠. 조금 이르지만 올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다른 건 다 제쳐 두고라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더군요. ‘소설가 이외수 신드롬‘입니다.

지금 서점가에는 한마디로 이외수 열풍입니다. 올해 낸 산문집 <하악하악>(해냄. 2008)은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3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작가 황석영의 장편소설 <개밥바라기 별>이나 ‘본좌급’ 자기계발서 <시크릿>등을 제치고요. 그의 다른 책도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서점 밖의 일입니다. 요즘 이외수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방송 덕이죠. 한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한 그는 이후 시트콤 연기자로 파격 변신했습니다. 그 뿐입니까. ‘아무나 못한다는’ 핸드폰 CF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살인 미소를 날리기도 했죠. 인기가 없었다면 모두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 비결이 뭘까요. 아마 방송의 힘이 가장 컸을 겁니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남긴 강한 인상, 대중적인 관심의 지름길이죠. 한번 방송을 타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재생산 되는 미디어의 속성도 한 몫 했을 테고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작가가 가진 소통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지 싶습니다.

이외수는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를 ‘꽃노털(꽃미남처럼 사랑받을 만한 노인)‘이라 부르며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 꽤 오래됐다고 하죠. 인터넷에서 그는 근엄한 어른이나 깐깐한 지식인이 아닙니다. 네티즌들의 친구일 뿐이죠. <하악하악>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쓴 책입니다.

열린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네티즌들과 채팅용어를 들먹이며 거리낌 없이 말을 섞고, ‘노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환갑을 넘긴 노인, 그것도 소위 ‘이름 있는‘ 소설가가요. 결국 지금의 대중적 지지를 만들고 지탱해 주는 건 그의 그런 마음이 아닐까요.

음악계에도 이런 열린 마음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뮤지션이 있습니다.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본명: Carlos Divadip Satana)입니다. 라틴 음악 연주자죠.

1960년대 데뷔한 그는 70~80년대 Moonflower, Abraxas 등 숱한 명반을 만들어내며 라틴 록의 대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연주자로도 크게 인정받았습니다. ‘산타나 톤’으로 불리는 그만의 투박한 음색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모두들 거기까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1999년 누구도 예상 못한 앨범 Supernatural을 들고 나옵니다. Supernatural은 그가 추구하던 라틴 음악 위에 신진 뮤지션들의 음악성을 더해 만든 음반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는 ‘피쳐링(featuring)‘이죠.

이전에 그의 진중한 음악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50대의 노장 기타리스트가 힙합 뮤지션 Lauryn Hill, The Product G&B의 랩에 맞춰 연주를 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은 미국 내에서 1,000만장이 팔리는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그해 그래미를 휩쓸었고요. 이후 그는 비슷한 성격의 앨범 Shaman(2002)과 All that I am(2005)을 연달아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습니다.

이런 산타나의 성공 비결도 소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자기의 과거 음악 스타일만 고집하는 꽉 막힌 사람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겠죠. 또 Supernatual과 같은 불세출의 명반은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이외수와 산타나 모두 환갑을 넘긴 나이입니다. 젊은 마음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도 같습니다. 둘 다 오래도록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명작, 명반에 대한 기대가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테니까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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