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한국 집의 역사
한 권으로 보는 한국 집의 역사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2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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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부끄러운 거주의 역사 끄집어내

[북데일리] 한국인은 어떤 집에서 살아왔을까. 신간 <한국 주거의 사회사>(돌베게. 2008)가 그 답을 주고 있다.

책이 다룬 시기는 개항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지나,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친 현대까지다. 기존 한국 주거사 연구가 개항 이전에 집중했음을 감안하면 의미가 큰 시도다.

그만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사실이 많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당시에는 일본식 집을 모방해 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겉으로는 세련되고 좋아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조선의 기후와 풍토에 맞지 않았던 것. 그 탓에 다시 재래식 집을 지어 사는 사람이 속출했다.

일본인은 더 힘들어했다. 제 나라에서는 문제없이 살던 집이었으나 조선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겨울에 그랬다. 추운 날씨는 일본식 집이 견뎌내질 못했다.

“늘어가는 일본식 주택은 보온과 난방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조선은 일본보다 습기가 많지도 않았고 겨울에는 일본보다 추워서 일본식 주택은 방한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추운 겨울은 부분 난방을 그대로 사용했던 일본인에게 매우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순수한 일본식 주택에서 사는 일본인 중에는 겨울에 집을 버리고 온돌방을 찾아가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한다.” (p107)

책은 이런 흥미로운 소재만 끄집어내지 않는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역사의 이면을 들춰낸다. 예를 들어 물량 확보만을 위해 각종 부실시공이 넘쳐났던 1950년대를 이렇게 그린다.

“당시 신문 지상에는 지은 지 1년도 되지 못해 굴뚝이 무너져 내리거나 담이 무너져 입주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그때까지 지어진 850호 중 200호가 벽이 무너지거나 비가 새 말썽을 일으켰다는 등의 기사가 끊이지 않았다.”(p174)

지금은 없는 말도 여럿 등장한다.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 생긴 ‘벌떡 아파트’가 대표적 예다. 벌떡 아파트는 ‘빨리빨리’와 ‘안 되면 되게 하라’와 같은 정서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자고 나면 아파트가 벌떡벌떡 세워진다”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한편 <한국 주거의 사회사>는 총 3권으로 기획된 ‘한국 주거의 역사’ 시리즈 중 첫 번째다. 앞으로 <한국 주거의 미시사>와 <한국 주거의 공간사>가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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