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순실 게이트와 자본시장법 개혁
[기자수첩] 최순실 게이트와 자본시장법 개혁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11.03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미래성장 경제정책포럼’ 국제세미나를 보면서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오늘(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미래성장 경제정책포럼’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동력과 금융의 창의·자율성 확보를 위한 원칙중심의 금융규제'가 주제였다.

세미나의 골자는 이렇다. 일일이 열거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규제 항목 나열'은 금융이 신속한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주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진국처럼 '원칙주의'로 바꾸자는 것. 신속하고 탄력적인 규제를 통해 자율을 부과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또한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이를 위해선 금융 참여자들의 선진적인 준법정신이 요구되며, 이러한 토대 속에 사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완화, 금융개혁.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훌륭한 단어'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혁신', '창조경제'란 단어와 연결되자 쓴웃음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문화융성과 경제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세금은 최순실의 호주머니로 갔다. 대기업들의 자금은 미르 K스포츠재단에서 최순실의 딸에게 돌아갔다. 박대통령이 말한 창조개혁은 어떻게 더 창조적으로 생각해 국민과 기업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쓰느냐였다. 어떻게 더 창조적으로 국민을 속여가면서 말이다.

지난 2일 개각발표 후 금융개혁을 줄기차게 외쳤고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받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잠정 경제부총리가 됐다. 위원장을 지내면서 성과와 인품, 자질 등을 평가받으며 차기 경제부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임종룡 위원장은 공교롭게도 국내외 정치, 경제상황이 최악일 때, 영전되었다. 그 앞날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4차산업 혁명 시기에 금융개혁은 우리나라가 꼭 가야할 길이다. 이를 위해 법을 완화하는 것은 말로만 들으면 맞는 말이다. 자잘한 법률을 지키느라 우리나라의 IB(투자은행)는 성장이 정체되고 직접금융의 비중은 낮다. 금융이 IT처럼 하나의 주요 산업이 아닌 지원산업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이를 위해 법을 원칙주의로 바꾸고 플레이어들의 자율성과 책임을 더 강하게 부과하는 것은 환영할만 하지만 이 또한 준법주의에 대한 선진의식이 수반돼야 한다. EU(유럽연합), 호주,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금융 관련 원칙주의를 채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연 원칙주의를 지킬만한 선진적 준법정신과 의식이 준비돼 있는지는 국회부터 돌아볼 일이다. 

만약 원칙주의를 채택한다면 자율적으로 회사에 맞는 제대로 된 금융 관련 원칙을 만든 금융사(은행·증권사·보험사)와 이를 잘 지켜나가고 있는 금융사 직원들에게는 적절한 인센티브가 요구돼야 할 것이다. 원칙주의라는 틀만 세워놓고 원칙주의를 금융사의 입에만 맞게 해석하며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소비자를 요리할 수 있게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불법행위에 따른 과징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부과돼야 할 이유다. 또한 원칙주의를 택하는 대신 상식선에서 어긋난 회사들의 퇴출은 제대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지켜져야 금융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진정한 금융개혁, 그로 인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모든 게 의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