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이음악]⑬반전의 묘미 있는 책과 음악
[이책엔♪이음악]⑬반전의 묘미 있는 책과 음악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8.2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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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진시황 프로젝트'와 노래 'Master Of Puppets', 허를 찌르는 전개 돋보여

[북데일리] 요즘 날씨를 보면 ‘반전’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광복절 때만 해도 ‘찌는 날씨’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더웠습니다.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 서있기라도 하면 ‘이러다 혹시 익어버리는 거 아냐’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어떻던가요. 갑자기 썰렁해졌죠. 비가 몇 번 오고 바람이 불더니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습니다. 긴팔 옷을 입은 사람이 여럿 보이더군요. 심지어는 목도리를 두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가을 날씨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덥다가 느닷없이 가을 날씨라니. 생각지도 못한 반전입니다.

반전, 이렇게 일의 형세가 뒤바뀔 때 쓰는 말이죠. 특히 영화나 소설, 연극처럼 줄거리가 있는 예술장르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나 결말이 펼쳐질 때, 사람들은 반전이라고 말합니다.

반전은 관객이나 독자의 허를 찔러 짜릿함을 맛보게 합니다. 무엇을 보든 자연스럽게 결말을 예상하곤 하는데, 그걸 뒤집어버리는 거죠. 관객이나 독자는 상상도 못한 내용이 주는 충격을 받아들이면서 즐거워합니다. 속았다는 낭패감조차도 신이 나죠.

올해 나온 우리 소설 중에는 <진시황 프로젝트>(김영사. 2008)의 반전이 눈에 띕니다. 유광수의 첫 작품으로 제1회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받은 소설이죠. 영화화가 결정 됐는데 뤽베송 사단이 제작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주연배우로 장동건이 물망에 올랐는데, 아직 확실치는 않은가 봅니다.

책은 한중일 우익 간의 대결, 킬러를 추격하는 형사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그립니다. 탄탄한 짜임새와 거대한 스케일이 매력적이죠.

여러 차례 나오는 반전 또한 극의 재미를 더합니다. 맨 마지막의 거대 반전부터 중간 중간 등장하는 작은 반전들이 소설의 몰입도를 높여주죠. 얼토당토하지도 않습니다. 치밀하게 계산해 설득력이 있습니다. 스포일러성 발언이 될 수 있어 그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는 게 아쉽네요.

그런데 말이죠. 이런 반전이 음악에도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왠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하지만 음악에도 분명 반전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연주가 시작됩니다. ‘아 이건 이런 스타일의 곡이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조금 듣다보니 그게 아닙니다. 슬그머니 분위기가 격해지더니 이내 다른 느낌의 곡이 됩니다. 장조에서 단조로의 조옮김, 리듬과 소리 질감의 급격한 변화, 어쩔 때는 빠르기는 물론 박자까지 변하면서 분위기를 뒤집는 거죠.

가요나 팝에는 이런 게 많지 않습니다. 곡의 분위기가 명료하게 나오지 않아 듣기가 버겁고,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락, 그 중에서도 메탈 음악에 자주 등장합니다. 메탈리카(Metallica)라는 미국 밴드가 있습니다. 슬래쉬 메탈이라고 하는 격한 음악을 연주하죠. 이 중 Master Of Puppets라는 곡이 있습니다. 강한 백킹(반주)과 질주하는 리듬, 힘이 넘치는 드러밍, 포효하는 보컬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곡입니다.

곡은 시종 거칠게 달려갑니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말이죠. 그러다 중반부에 갑자기 소리가 잣아 듭니다. 이때부터 시작입니다. 밝은 음색의 반주가 등장하고, 그 위에 서정적인 멜로디의 기타 솔로가 얹어집니다. 약 1분 정도 감성적인 연주가 끝나면 다시 분위기가 둔탁해집니다. 그러더니 다시 격정적인 기타 솔로가 출연, 처음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이 중반부는 곡을 더 큰 감동으로 몰아가는데 한 몫 합니다. 쉬지 않고 몰아치기만 했다면 없었을 감동이죠. 곡의 가치를 높여주는 반전인 셈입니다.

올 초 음악계에는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퓨전 재즈 밴드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의 재결성 소식이죠. 칙 코리아(건반), 알 디 메올라(기타), 레니 화이트(드럼), 스탠리 클락(베이스)으로 이뤄져, 70년 대 중반을 풍미했던 그들의 재결성. 30년 동안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입니다.

출판계에도 반전이 많았으면 합니다. 완전 도서 정가제 실현,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인문학 서적, 재테크가 가능한 돈 잘 버는 문인 대거 등장 등 즐거운 소식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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