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지음 | 어크로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 남자가 줄에 매달려 아래 기다란 홈통에 체중을 싣고 있다. 가마솥에 무언가 끓이는 것으로 보아 뭔가를 만드는 모양이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어떤 풍경의 그림일까.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진지하고 사람이 줄에 매달린 이유는 국수를 뽑기 위해서다. 가늘고 긴 면을 뽑기 위해 조그만 구멍에 반죽을 넣고 국수 가락을 빼려면 큰 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몸으로 국수를 누른 것.
지금이야 국수가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가까운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불과 100년이 채 안 되던 과거에는 최고급 재료를 ‘최첨단’ 공법으로 만들던 귀한 음식이었다.
밀가루가 흔해지기 전에는 통밀을 가루로 만들었고 이를 ‘진짜 가루’란 뜻의 진가루라 불렀다. 재료도 구하기 어렵고 그림처럼 만들기는 더 어려워 제사나 잔치 때만 먹던 음식이었고, 의미 또한 남달랐다.
길이가 긴 국수의 특징 때문에 생일잔치에서는 장수를 기원했고, 결혼식에서는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우리 음식의 언어>(어크로스.2016)가 전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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