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포토] 십우도-인간의 변화와 성숙 담은 그림
[WP포토] 십우도-인간의 변화와 성숙 담은 그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9.20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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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가지고 살 권리> 이즈미야 간지 지음 |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십우도(十牛圖) 이미지출처=문화유산답사회 우리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유명한 사찰이라면 금당외벽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십우도(十牛圖)다. 본래 송(宋)대 유학사상을 압축한 것이지만, 인간의 변화와 성숙 과정을 함축한 것이기도 하다.

먼저 그림을 보자. 젊은이가 소를 찾아 나서다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간신히 소를 잡는다. 소가 얌전히 줄에 묶여 끌려오고 소 등에 올라타 피리를 불면서 즐거운 듯 집으로 돌아온다. 달을 올려다보는 젊은이의 다음 장면은 텅 비어있다. 사람도 소도 모두 잊는 원상(圓相)이다. 다음은 강이 흐르고 나무에 꽃이 피었을 뿐이다. 마지막은 산기슭 마을에 웬 노인이 등장한다. 젊은이는 그에게 깊은 영향을 받는 그림이다.

별것 아닌 이야기 같지만, 함축을 엿보려면 자기 투사가 필요하다. 소를 ‘진짜 자신’으로 바라보자.

젊은이는 ‘진짜 자신’을 잃어 당황한다. 이리저리 찾는 동안 산속까지 들어가고 만다. 여러 선인의 말씀에 의지해 발자취를 찾고 겨우 ‘진짜 자신’의 꼬리를 발견했다. 난폭한 소를 천신만고 끝에 사로잡아 묶는 데 성공한다. 겨우 ‘진짜 자신’을 길들인 순간이다. 바로 ‘머리’와 ‘마음=몸’이 하나가 된 것. 약간의 여유도 생겨 흥겨워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없는 원상의 단계는 ‘자신’이라는 주어도 사라져 깨달음이나 신앙심, 그 어떤 것도 말로 표현하거나 의식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는 불교에서의 공(空)이나 무(無)의 경지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성숙의 단계다.

그 후 ‘자연’으로 일체화했지만, 산속 선인을 만나 성자인지 부랑자인지 모르나 그 존재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자 불현듯 자신이 소, 즉 진짜 자신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젊은이의 여행은 다시 시작된다.

<뿔을 가지고 살 권리>(레드스톤. 2016)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를 자아이자 깨달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탐구할 때 대개는 여섯 번째 그림까지 나아간다고 한다. 십우도의 놀라운 점은 논리적인 사고 밖에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삶을 그린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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