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고춧모 싹 틔우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책속의 명문장] 고춧모 싹 틔우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9.06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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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김연복 여사> 정대구 지음 ㅣ 시인동네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바쁘게 살다보면 관심 없는 일은 귀 닫고 사는 때가 많다. 하지만 시인은 다르다. 온갖 사물에 귀를 기울인다. 심지어 고춧모 싹트는 소리까지 놓치지 않는다.

<위대한 김연복 여사>(시인동네. 2016)은 정대구 시인이 팔순을 맞이한 아내에게 헌정하는 시집으로 가슴 따뜻한 시들을 담고 있다.

그 중에 고춧모 이야기를 담은 시에는 두 분의 새싹 같은 감성이 묻어난다. 이른 봄, 시인은 동네를 돌다가 비닐하우스로 된 온실에서 특별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느낌을 다음과 같은 시로 노래했다.

“엄마의 젖가슴 같은 전구 두 알 불을 밝혔네요 / 실내에 꽉 찬 엄마의 분홍 젖살 빨아들이며 /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아가가 / 엄마의 뱃속에서 속닥속닥 송알송알 옹알이하는 / 따뜻하고 신비스러운 귀여운 소리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잘 모르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 글쎄 고춧모 싹 틔우는 소리라네요."

아기 눈꼽보다 작은 고추씨가 싹 트는 소리가 정말 들릴까? 시인과 아내는 그 소리를 마음으로 들었을 것이다. 시에서 속닥속닥, 송알송알 싹 트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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