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 K씨는 책과 함께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바쁜 회사일 때문에 그 동안 못 읽고 쌓아둔 책을 독파 한다나요. 한 손에는 책을 나머지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쥐고 시간을 보낸다고 하네요. 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그다운 선택입니다.
가만히 그 장면을 상상해 봤습니다. 나쁘지 않은 모습이네요. 단, 조금 심심해 보이네요. 그래도 휴가인데, 약간 별나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CD 몇 장을 권했습니다. 책 읽을 때 배경으로 깔아 두라고요. 다시 상상해 봤습니다. 과연 느낌이 틀리네요. 나름 휴양지 분위기가 납니다.
먼저 게츠와 질베르토의 합작품 <GETZ/GILBERTO>. 말이 필요 없는 보사노바 명반이죠. 보사노바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상큼한 연주와 멜로디, 이국적인 느낌(보사노바의 시작은 브라질입니다)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여기저기서 보사노바를 추천하곤 합니다.
그럴 때 마다 꼭 빠지지 않는 게 바로 <GETZ/GILBERTO>입니다. 여기서 첫 곡 The Girl From Ipanema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유명한 노래죠. 듣는 순간 휴양지가 연상되는 음악입니다.
우선 표지를 볼까요. 푸른 숲 위에 놓인 오선지, ‘숲을 위한 왈츠‘라는 제목이 보기 만해도 시원합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모든 곡에서 청량감이 가득 묻어납니다. 테크니컬한 연주를 배제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숲 속에 안긴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밥 제임스와 얼 클루의 합작품 <Cool>입니다. 이 음반 역시 표지가 눈길을 끕니다. 맑은 하늘 위에 떠 있는 오이라니, 보기만 해도 ‘쿨’하죠.
음악은 달달합니다. 두 명인 만들어낸 편안한 선율이 휴식이라는 말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첫 곡 Movin' On이 좋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이렇게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휴가는 어떻습니까. 큰 돈 안들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게다가 얻는 것도 많은 괜찮은 선택 아닐까요. K 씨는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하네요. 휴가 때 읽을 책을 고르는 지금 그의 모습, 행복해 보입니다.
(사진=영화 '비포선라이즈'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