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한국형 추리소설” ... 탄탄한 구성 ‘눈길’
“반갑다! 한국형 추리소설” ... 탄탄한 구성 ‘눈길’
  • 제갈지현
  • 승인 2008.06.13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한국 서점가에서 추리소설 하면 ‘일본’이 먼저 떠오른다. 장르 문학에서는 일본저자의 작품이 한국 작품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등 유명한 작가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실정이다.

탄탄한 줄거리와 함께 고전 추리소설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범인을 먼저 공개한다든지, 사회문제를 접목시킨 사회 추리분야가 생겼다든지)으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추리소설은 더이상 ‘추리’라는 장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졌다. 다른 분야와의 접목 혹은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독자층을 겨냥해야만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현한 반가운 추리소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2>(휴먼&북스,2008)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사소설 + 추리소설을 형식으로 역사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직지’보다 더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프랑스, 독일, 중국, 한국 간의 책 전쟁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1866년 로즈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함대는 강화도를 공격해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우리의 귀중한 도서를 약탈해간다. 그로부터 약 100년 뒤 어느 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던 정현선이라는 한국 사서에 의해 <직지심체요절>이 발견되어 외규장각 도서는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된다.

그로부터 30년 뒤,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인 세자르는 지하 별고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 책을 발견한 기쁨도 잠시 세자르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세자르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정현선 박사는 그의 죽음을 파헤치게 되고 숨겨졌던 진실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30년 전 비밀에 공모했던 자들의 연이은 죽음과 사라진 책을 둘러싼 비밀은 점점 깊어진다.

처음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배경으로, 이어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그 이면에는 애국주의라는 미명 하에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종의 프랑스 애국주의 단체가 존재하고……. 정현선 박사는 역사를 바꿀 ``전설의 책``을 찾으려고 애쓴다.

책은 연이은 연쇄 살인 사건을 통해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외규장각 도서가 프랑스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그리며 역사 소설로의 자리도 굳건히 한다. 신인 작가 조완선은 대범한 필치로 애국심과 재미를 한꺼번에 전해주고 있다.

소설가 성석제가 “일찍이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형추리소설”이라 칭찬할 만큼 책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게다가 매력적인 소재 ‘책의 전쟁’이라니!

‘HCD+227’ 와 ‘옛날과 현재의 예의와 법규를 문장으로 상세하게 정리한 책’ 이라는 2가지 암호로 된 이 전설의 책의 제목을 알게 된다면 분명 한국인이라면, 국사 시간에 들은 적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의 지식을 되살려 책 제목을 추리해보는 재미도 함께 느껴보자.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결국 국보 1호의 전소라는 놀라운 결과를 알려준 이 참사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킬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라는 자문을 던지게 한다. 국보 1호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곧 철저한 자기반성을 불러왔고 이제는 잊힌 우리의 문화유산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과거 외국에 빼앗겨 아직도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많은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을 읽고 외국에 강탈당한 우리의 고유 문화재를 되돌려 받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제갈지현 책 전문기자 galji@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