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 “과학은 위대한 시적 영감의 원천”
도킨스 “과학은 위대한 시적 영감의 원천”
  • 이동환
  • 승인 2008.06.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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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책 제목이 묘하다. <무지개를 풀며>(바다출판사. 2008)라니 분명, 과학 책이지만 제목이 쉽게 와 딛지 않는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 펴낸 책이다. 먼저 제목에 담긴 의미를 먼저 알아보자.

‘무지개를 풀며(Unweaving the Rainbow)’란 표제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에서 따온 것이다. 존 키츠는 그의 시 <라미아>에서 아이작 뉴턴이 분광학을 통해 무지개를 풀어헤쳤기 때문에 무지개에 대한 낭만적 시성(詩性)이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키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뉴턴의 분광학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우리의 비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우리는 실제적인 우주의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위대한 시적 영감의 원천이다.”

도킨스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좋은 사회를 이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로 DNA 구조발견으로 인한 법정에서의 활용을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사이비 과학이 마치 과학인양 탈을 쓰고 대중을 현혹하는 현실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

특히, 점성술과 마술, 텔레파시, 신비주의 등에 대해 통계를 이용해 그것들의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통계를 이용해 설명을 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어렵고, 지루한 부분이 많이 나온다.

사이비과학에 대한 질타는 동료 과학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연계된다. 동료 생물학자였던 스티븐 J. 굴드를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매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게 질타하고 있다. 굴드가 사망했기에 지금은 둘이 논쟁을 벌이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생전에 진화라는 큰 테두리에서는 서로간의 다정한 동료였지만, 진화의 메커니즘과 많은 부분에서 크게 대립했음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굴드가 2002년 60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했을 때 도킨스는 그를 기리는 헌사를 신문에 게재했다. 또한 도킨스는 자신의 책 <악마의 사도>(바다출판사. 2005)에서 굴드에게 진한 존경과 동료애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학문적인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알아낼 수가 있다.

이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에 대한 부분을 보자. ‘가이아 가설’에서 러브록은 지구가 마치 유기체처럼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 대기의 공기가 적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한다. 이 공기는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생산해서 대기의 화학적 조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러브록은 박테리아가 마치 지구를 위해서 메탄가스를 생산해내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고 도킨스는 비판한다. 도킨스의 비판은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자면 박테리아는 지구를 위해서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위한 행동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대기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은 12장 ‘마음의 풍선’이다. 여기서 도킨스는 인간의 뇌의 폭발적인 진화를 설명하면서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진화에 비유하는 내용은 가장 도킨스 다운 것이었다.

도킨스 만큼 비유와 상징을 잘 쓰는 과학 저술가는 흔하지 않다. 정말 키츠가 살아 돌아와 도킨스의 저서를 본다면 아마 키츠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도킨스에게 사과할 것 같다.

항상 도킨스의 책에서 느껴지는 지적 오만은 이 책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아마 학문적인 자신감 때문일 테지만, 때로는 읽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거만하게 사이비과학이나 유사과학을 질타하는 그의 목적은 바로 그의 과학에 대한 확신에 찬 믿음이다. 어쩌면 도킨스는 과학을 신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과학예찬론은 한계가 없다.

과학으로 무지개를 풀어 헤친 것이 낭만주의를 없앴다는 키츠의 주장에 대해 도킨스는 오히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시정은 더욱 풍부해졌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책 전체에 걸쳐서 논증을 한 후 이렇게 말한 후 이 책을 맺음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는 키츠와 뉴턴은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우주의 노래를 듣는다.”

[이동환 책전문기자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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