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지갑 돌려준 남자 '한 시간 동안의 범죄를 저지른 기분이었다'
[화이팅 뉴스] 지갑 돌려준 남자 '한 시간 동안의 범죄를 저지른 기분이었다'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8.08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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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사람들은 길에서 지갑을 줍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꿀꺽하거나 신고하거나. 돈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돈을 돌처럼 여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잠시 돈의 유혹에 흔들렸던 경험을 털어 놓은 진솔한 이야기가 있다.

임OO씨는 20년간 마포 구석구석을 누비며 막걸리 배달을 하고 있다. 덕분에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베테랑 운전수다. 길눈이 밝다보니 어쩌다 지갑을 줍기도 한다. 물론 모두 돌려주었다.

지난 겨울에도 지갑을 주웠다. 서울역 뒤쪽 충정로 골목길에서 반지갑을 주웠다. 주인에게 돌려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였다. 언젠가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이런 말이 떠올랐다.

“지갑에 있는 돈을 뺀 다음 지갑만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그래도 고마워한다.”

순간, 아무도 본 사람도 없는데 지갑만 우체국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돈에 대한 유혹이 들자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누가 볼세라 차에서 지갑을 열었다. 지갑에는 현금 40만원이 있었다. 돈을 보니 중2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장표 파카를 입고 다니는 아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메이커 파카를 사주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시 지갑을 열었다. 명함을 보니 고물상 대표였다. 그 옆에는 10장의 헌혈증서와 사랑의 장기기증증서가 있었다.

순간 부끄러웠다.

“고물상 주인이 이런 좋은 마음을 갖고 사는데 나는 한평생 헌혈 한 번 안했는데...”

임OO씨는 지갑 주인을 찾아갔다. 지갑주인은 대낮인데 어묵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아마 지갑을 잃어버려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으리라. 지갑주인은 지갑을 받자마자 3만원을 꺼내 내밀었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집으로 오는 길,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음 속으로 한 시간 동안 범죄를 저지른 기분이었다.

임OO씨는 말한다.

“내 힘으로 힘들게 벌어서 아이들 따뜻하게 입히고, 마음 편하게 식탁에서 오순도순 얘기하며 식사하면 그게 행복이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 2014년 12월호에 실린 임호삼씨 사연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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