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쓰레기 집에서 피어난 희망
[화이팅 뉴스] 쓰레기 집에서 피어난 희망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8.07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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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저장강박증'란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습관이 지나친 경우를 일컫는 증상을 말한다. 심하면 병이 되어 삶이 망가지지도 한다.

유품정리사로 활동하는 김세별씨. 세별씨는 20대에 죽은 친구의 장례식에서 장례사의 모습에 감명 받아 장례지도사가 되었다. 지금은 죽은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일을 한다. 때로는 쓰레기로 쌓인 집을 정리해준다.

어느 날, 세별씨는 한 여성으로부터 집을 치워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 집에 가서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본 집들 중 최고의 쓰레기로 가득찬 집이었다. 10톤 정도 예상되는 쓰레기에 인력도 10명 이상 필요했다.

오래된 집은 폐가 같았고, 대문 앞부터 각 방과 다락방까지 쓰레기가 천장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그 쓰레기 더미는 집의 기둥처럼 천장을 받치고 있는 형국이었다. 집은 박물관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생산 중단된 과자 봉지, 1980년 대 잡지, 신문, 레코드판....

그 집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한때는 이 집도 부부와 아이들이 사는 평범한 집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의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엄마는 절망감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때부터였다. 쓰레기가 집안 곳곳에 쌓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불편한 몸으로 갓난쟁이 딸과 네 살 배기 아들을 키웠다. 남매는 어릴 때부터 쓰레기와 함께 사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다행히 딸과 아들은 건강하게 성장했다. 좋은 직장도 다니고 옷차림도 깔끔했다. 주거 환경만 나빴을 뿐 여느 젊은이들과 똑같았다. 딸도 환경이 나쁘다는 건 알았지만 쓰레기를 쌓아두는 엄마를 져버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쓰레기가 쌓인 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동네가 재개발 되면서 그 집을 떠났다.

갑자기 닥친 불행 앞에서, 쓰레기가 쌓인 집에 살면서도 엄마와 남매는 사랑으로 버텨낼 수 있었으리라. 가족은 새보금자리에서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복을 가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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