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문구점 아줌마가 장사에 신경쓰지 않았던 이유
[화이팅 뉴스] 문구점 아줌마가 장사에 신경쓰지 않았던 이유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8.02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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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가끔 사람의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전부를 안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처주는 말을 내뱉곤 한다.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쓴 <나는 언제나 술래>(헤르츠나인. 2016)에는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바라보았던 작은 후회를 담은 이야기가 있다.

'낡은 앞치마, 화장기 없는 얼굴, 유행 지난 옷차림, 변함없이 진열된 과자들.'

희망문구 아줌마의 모습이다. 그나마 문구 아줌마가 친절해서 학생들의 발길은 잦았지만 칙칙한 가게 분위기 때문인지 매출은 나아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옆집 햄버거 가게나 분식집에 가서야 돈을 썼다.

사업에는 아랑곳없이 문구 아줌마는 중학생인 아들만 유치원생 보살피듯 살뜰히 챙긴다. 눈에서 하트가 쏟아진다. 우체부인 남편에게도 그렇다. 괜히 남편의 등에 흙이 묻었다며 털어준다. 신혼처럼 다정한 눈빛을 보낸다. 저녁 먹는게 뭐 대수라고 저녁에 뭘 먹을까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눈다.

과자 장수 아저씨는 그런 문구 아줌마의 모습이 답답했다. 남편과 아들 신경 쓰는 것만큼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자도 진열해 놓고 옷차림이랑 가게 분위기를 바꾸면 장사가 더 잘 될것 같았다. 과자장수는 가끔씩 아줌마에게 문구점 분위기를 바꿀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 아줌마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어느 날 문구점 아줌마가 과자장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밝은 색 주름치마를 입고, 얼굴에 살짝 화장도 하고, 낡은 앞치마도 벗어 던졌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과자 장수는 문구점 아줌마의 파격적인 변신을 보고 이젠 장사가 잘 되겠다 싶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그날, 문구점 아줌마는 과자장수에게 식혜를 건네며 장사를 접는다고 통보했다.

몇 달 후, 옆집 수퍼 할머니에게 문구아줌마 이야기를 들었다.

"암이래. 한참 된 모양이던데. 요즘 가족들도 통 안 보이던데."

과자장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구 아줌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중학생 아들과 남편을 위해 더 살뜰히 챙겼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자꾸 장사에나 더 신경쓰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댔으니, 몸둘바를 몰랐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때로 무심코 뱉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고현정, 유준상 주연의 영화 대사 한 마디가 떠오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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