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서로 발냄새 맡으며 자는 행복한 부부
[화이팅 뉴스] 서로 발냄새 맡으며 자는 행복한 부부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7.28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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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부부가 살다보면 니 손이 내 손인지, 내 손이 니 손인지 모르게 서로의 생활에 익숙해진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알아주는게 부부 아닐까. 이런 부부가 되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경북 안동시에 사는 한 50대 부부는 서로의 발꼬랑내를 맡으며 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아내는 결혼 후, 늘 잠이 부족해 비몽사몽에 시달렸다. 그 이유는 코곯이 남편 때문이다. 남편은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안방이 떠나가도록 코를 곯기 시작한다. 마치 공사장 망치 소리 같다. 또한 수영 못하는 사람이 “푸~우”하고 내뱉는 호흡을 수없이 뿜어댄다. 그 때문에 부부싸움도 종종 했다. 참다 못한 아내가 아이들 방이나 거실에서 잠을 자면 어느새 남편이 곁에 와서 코를 곯며 자고 있었다.

아내가 이런 불만을 이야기 하면 남편은 이런 말로 넘기기 일쑤였다.

“돈 버느라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

남편이 코곯이로 의심되어 병원치료를 권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우겼다. 그로 인해 아내는 20년이 넘도록 불면증에 시달렸다. 아내는 참다못해 틈틈이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약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큰 아이가 대학을 가고 방이 비었다. 아내는 딸방에서 쿨쿨 꿀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남편이 불면증에 시달렸다. 아내가 없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며 껌딱지처럼 딸방까지 따라와 잠을 잤다. 아내는 달콤한 숙면을 방해 받자 남편과 티격태격 했다. 

어느 날, 딸이 친구를 데리고 왔다. 아내는 할 수 없이 남편이랑 안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부부싸움 끝이라 사이가 안 좋았던 부부는 얼굴을 마주보고 잘 수 없었다. 아내는 남편의 발쪽에서 남편과 반대로 잠을 잤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간 밤에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하나도 듣지 못하고 잠을 푹 잤다. 그 이후로 아내는 남편과 거꾸로 잠을 잤다. 서로의 발 냄새를 맡으며.

그뒤 2년이 넘었다.

요즘엔 한 방에서 잘 수 있어서, 푹 잘 수 있어서 행복하다.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거꾸로 잔다고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못 들을 수 있을까.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기 마련이다. 아내는 오랫동안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익숙하다보니 소음이 자장가처럼 들리는 건 아닐까.

-MBC 여성시대 책자 2013년 11월호, 신희숙씨 사연을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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