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첫 실사 영화 속에서 드러난 연상호 감독의 존재감
부산행', 첫 실사 영화 속에서 드러난 연상호 감독의 존재감
  • 김경욱 기자
  • 승인 2016.07.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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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EW)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그림을 통해 나타낼 수 있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인물과 실제 배경에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영화 '부산행'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2011년 '돼지의 왕'과 2012년 '창', 2013년 '사이비'를 통해 인간 심리를 집요하게 들춰낸 그의 작품은 불편한 시선이 자리하게끔 마련이다. 연 감독은 사회의 문제점을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거칠고 독특한 느낌으로 풀어내며 남다른 주제의식을 나타냈다.

투철한 작가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그가 연출한 '부산행'은 자신의 스타일을 버린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영화는 액션신과 특수효과,화려한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라가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쫓고 쫓기는 1차원적인 구조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심리를 그려냈다. 그림에서 실사로 바꼈을 뿐,그의 사회적 의식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그릇된 기준에 의해 권력이 형성되는 모습은 그의 전작과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스토리가 공개됐을때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좀비에 대한 표현 방식은 홀로 부각되기보다는 영화에 전체적으로 녹아들어가는 방향을 택했다.

영화 속 좀비가 베트남전 패전에 대한 상징으로 나타나듯,이는 관객들에게 각기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행'으로 연상호 감독이 애니메이터로서의 자격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부산행'의 프리퀄로 알려진 '서울역'에서 보다 뚜렷한 개성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형 좀비물'의 시초를 열어가고 있는 연 감독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볼거리에 치중한 블록버스터가 아닌,주제까지 동시에 표현하는 그의 뚝심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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