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그것은 무서운 권력
아름다움, 그것은 무서운 권력
  • 이동환
  • 승인 2008.04.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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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신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엘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어있는 사과를 결혼식장에 놓는다. 그러자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는 자신이 황금사과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영리한 제우스는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결국,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되었다.

세여신은 파리스에게 다양한 제안을 했다. 먼저 아테나 여신은 전투에서 무적의 힘을 주겠다고 했다. 헤라 여신은 소아시아 전체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기약했다.

파리스가 꼽은 미의 여신은 아프로디테였다.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헬레나를 파리스에게 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바로, 헬레나가 유부녀였던 것. 이로서 헬레나를 둘러싼 전쟁이 일어났다. 이것이 트로이전쟁이다.

세 여신의 다툼의 원인은 ‘아름다움’이었다. 트로이 전쟁 역시, 아름다움 때문에 일어났다. 과연 미(美)란 무엇일까. 여신들을 다투게 하고, 전쟁까지 불사하게 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본다.

독일의 과학 저술가 울리히 렌트는 <아름다움의 과학>(프로네시스. 2008)에서 아름다움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가 주목할 만하다.

"학문적으로 답하자면 아름다움이란 절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계층 문화 지역을 넘어서, 또 나이 직업 성(性과)는 별개로 아름답다고 인식되는 얼굴은 어디서나 같다." (본문 중)

저자는 아름다움이 절대적인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미(美)를 ‘상대적’인 것이라 알고 있는 우리의 통념을 깨뜨리는 것. 과연 저자는 어떤 자료나 어떤 연구를 통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저자는 먼저 얼굴에 대해서 행해진 각 연구결과를 나열하고 있다. 이를테면 태어난 지 14시간에서 6일이 지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진행자가 아이들은 품에 안고 왼편과 오른편에 모니터를 놓는다.

그리고 화면에 매력적인 여자 사진과 그렇지 앟은 여자의 사진을 번갈아 띄워서 보여준다. 그 결과 아기는 거의 3분의 2를 매력적인 얼굴을 보는 데 할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판단기준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매력 있는 얼굴은 평균적인 얼굴이다`라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는 텍사스 대학의 주디 랭로이스가 실험한 결과를 나타난 현상. 그 실험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1980년대 말 주디 랭로이스는 32명의 남녀를 촬영한 후 컴퓨터로 합성사진을 만들었다. 그 결과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얼굴이 더 예쁘게 보였던 것이다. 즉 평균적일수록 얼굴은 더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평균얼굴이 더 예쁘게 생각될까?

이유는 좌우균형 혹은 대칭 때문.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의 기본적인 속성임을 책은 보여준다.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균형이나 대칭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균형 잡힌 얼굴이나 몸은 바로 좋은 유전자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동물세계에서 몸에 균형이 잡혀있는 개체들이 짝으로 선택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짝을 선택할 때 어떤 면을 선호하는 지에 대해서도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통하여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견해에 반대하는 입장도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름다움을 다루는 더 나은 방법은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 가진 권력은 그렇게 간단히 없어지지 않는다. 또 현실은 그렇게 많이 바뀌지도 않는다. 단지 우리가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이다."

아름다움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저자의 결론은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로 보인다. 아름다움은 권력이며,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것임을 책은 말한다.

[이동환 책전문기자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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