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사람의 뒷모습은 정직하다. 미셸 투르니에도 사람의 뒷모습은 억지로 웃음 짓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안녕 주정뱅이>(창비.2016) 표지 속 인물의 뒷모습에서 삶의 고단한 비의를 읽어냈다면 책을 반쯤 읽은 셈이다.
권여선 소설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인 이번 작품은 일곱 개의 단편을 통해 인생이 던지는 잔혹한 농담을 그려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술을 마신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이들은 대비할 수 없는 비극을 경험하고 이를 견디기 위해 술을 찾는다.
누군가는 아이를 빼앗겨서, 누군가는 죽어가면서도 그녀의 아픔을 보듬고 싶어서. 또 다른 이는 고생 끝에 시한부 판정을 받고, 누군가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면서. 소설은 때론 지독히 아름다운 연애소설이기도 때론 잔잔하고 조용한 슬픈 영화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훌륭한 음식을 맛본 기분이다. 고단했던 일주일의 끝 불타는 금요일. 술 한 잔 기울일 당신도 삶의 주정뱅이다.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은 이렇게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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